대주주 양도세 27.5%… 최태원, 분할금 내려면 주식 1조9000억 팔아야

‘崔 지배력’ 더 낮아질 가능성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심 판결대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금과 20억원의 위자료를 현금으로 지급하려면 최대 1조9000억원가량의 주식을 팔아야 할 것으로 조세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는 최대 27.5%(지방세 포함)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SK 그룹사 주식이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7.73%)를 비롯해 SK케미칼(6만7971주), SK디스커버리(2만1816주), SK텔레콤(303주)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SK를 제외한 다른 상장사 주식은 다 합쳐도 100억원이 안 된다.

SK 지분은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조2863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이 중 약 60%를 팔면 1조3828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까지 감안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현행법상 대주주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3억원까지 22%(지방세 포함), 3억원을 초과하면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을 팔아 100억원을 벌어도 세금을 내고 나면 72억~73억원가량만 남게 되는 것이다. 최 회장이 세금을 낸 뒤에도 1조3828억원을 남기려면 실제론 최대 1조9000억원대의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대에서 약 3%로 떨어진다.

최 회장은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 지분 29.4%를 2535억원에 취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지분 가치는 약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주식을 모두 팔 경우 최 회장은 양도소득세로 약 950억원을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세금 때문에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낮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원금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기에 붙는 연체 이자도 상당하다. 원금의 대부분인 재산분할금(1조3808억원)에 대해서는 추후 대법원 등에서 판결이 확정되는 시점부터 연 5% 이율이 적용된다. 1년간 지급을 늦출 경우 이자만 약 690억원 늘어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