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칼럼] ‘세 김 여사’와 그의 ‘婦唱夫隨’ 남편들
前근대적 ‘황후 놀음’
과거 ‘3김의 여사’들과는
천양지판 품격의 김 여사 3인
각자의 김 여사 방어하면서
한국 정치 퇴행시키는
尹·文·李의 적대적 공생
과거의 ‘3김’은 정치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작금의 ‘3김 여사’는 깊은 오점으로 남을 듯하다. 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차기 대선 주자인 거대 야당 대표, 이 세 권력자의 배우자가 동시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논란을 야기한 건 전무후무하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하자 여당 비례 초선의원이 ‘김건희·김정숙·김혜경 3김 여사 특검’을 주장했다. 정치판의 말싸움 맞불이었는데 때마침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두둔하다 되레 불씨를 키웠다.
<김 여사1>은 선거 두 달 반 전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학위 논문 표절 등 문제투성이였고, 듣도 보도 못한 매체와 미주알고주알 나눈 7시간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러고 몇 달 지나지도 않아 전력도 의심스러운 목사를 만나 명품백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영상으로 폭로됐다. 윤 대통령이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결국 사과했는데 ‘현명하지 못함’은 선물 수수만이 아니다. 김 여사는 미술을 전공하고 몇 건 전시회를 성공시켜 경력을 쌓은 정도였지, 외교안보나 대북 문제를 전공했거나 그 분야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하니 일면식도 없던 종북 목사를 만나 “남북 문제에 제가 좀 나설 생각이에요. 남북통일을 해야 되고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 하시고”라고 ‘오버’했다. 실행에 옮긴 건 없지만 7시간 녹취록, 몰카 영상에서 드러났듯 대인 관계에서 안목도 미흡하고 태도와 말투에서 교양과 겸양이 결여돼 논란을 자초했다. 대통령이 부인의 ‘현명하지 못함’을 사과한 바로 전날도 김 여사가 역대 대통령 부인을 만나서 받았던 책 등을 서명 속지도 제거하지 않은 채 내다버린 ‘현명하지 못함’이 보도됐다. 대통령의 등잔 밑이 얼마나 깜깜한지 또 드러났다.
<김 여사2>는 청와대 관저에서 감 깎아 말리고 주렁주렁 매단 감 밑에서 사진을 찍어 홍보했다. 직접 만든 곶감을 청와대 비서관들에게 선물했다. ‘프로’ 전업 주부가 이미지 메이킹의 포인트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부부는 치약 칫솔 같은 건 사비로 사서 쓴다고 공사 구분 반듯한 이미지를 앞세웠다. 하지만 공작새처럼 나날이 옷차림이 화려해지면서 급기야 어마어마한 옷잔치 편집 사진이 시중에 나돌았다. 청와대는 옷값 공개를 거부했다. 그 많은 옷은 청와대에 남아있질 않고 청와대 소유의 집기까지 사라졌다고 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유명 관광지를 들르는 관광 외유가 잦다고 언론이 지적하니 자제하기는커녕 청와대가 그 칼럼 쓴 기자에게 소송을 걸었다. 대통령 없이 전용기로 인도 타지마할까지 다녀온 것을 문 전 대통령이 “나 대신 참석했다”며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로 미화했는데 망신만 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초청받아 정부 대표단장이었고, 김 여사는 장관의 ‘특별 수행원’이었다. 이 ‘특별 수행원’ 모셔 가느라 장관 출장의 몇 곱절 예산이 들었다.
<김 여사3>은 남편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소황후 놀음’이 드러나 재판받고 있다. 요리책까지 내고 대선 캠페인 때도 요리하는 모습을 어필했는데 실제로는 세금 법카로 소고기, 초밥 10인분, 닭백숙, 민어탕, 월남쌀국수 등을 골고루 배달시켜 생활한 것이 7급 공무원의 폭로로 드러났다. 어엿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인데 하루 일과 90% 이상을 도지사 부부를 수발 들고 깐 밤, 북어포, 대추 같은 제사 음식까지 챙겨야 하는 ‘공노비’ 신세가 부끄러워 가족에게 업무 내용도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공익 제보자 조명현씨는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장의 배우자를 공무원이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 지원하는 것을 금한다. 무슨 왕실도 아니고 고위 공무원 가족이 잔심부름시키고 부려 먹을 ‘몸종’을 고용해 세금으로 월급을 줄 이유가 없다”면서 용기 내 폭로했다. 7급 공무원의 공적 마인드가 ‘여의도 대통령’으로까지 불리게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부보다 훨씬 선진적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선거를 통해 선택된 선출직에게 ‘일정 기간’ ‘위임’될 뿐이다. 그런데 세 김 여사는 더하고 덜하고를 떠나 선출직 남편 옆에서 공사 구분 못하고 권력 ‘콩고물’을 향유하는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수십 년 전 ‘3김의 여사들’은 달랐다. 드러내지 않고 과시하지 않아도 ‘3김 정치인’ 남편의 든든한 동지요, 대등한 동반자였다. 그 때보다 나라는 선진화됐고 각계각층에서 여성들 활약도 늘었는데 ‘3김 여사’는 딱할 정도로 의식이 뒤떨어져 있고 부창부수(婦唱夫隨) 남편들은 배우자 1인 관리도 못 하면서 5000만 국민을 다스린다고 한다. ‘어쩌다 권력’이 대통령 되고 대통령 후보가 되니 그 배우자들까지 공직의 무게와 책임보다는 권력의 달콤함에 먼저 빠진 탓이다. 절제와 품격은 사라지고 욕망과 과시만 남은 정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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