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밀하게 계획한 이예원…완벽하게 시즌 세 번째 우승
최종일 8언더 몰아쳐 역전
54홀 노보기로 통산 6승째
지난겨울 14시간씩 맹훈련
롱아이언 집중 연습 적중해
철저하게 전략 짜고 실행해
상금·대상 포인트 1위 도약
이예원은 2일 경기 양평군 더스타휴 골프앤리조트 스타·휴 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인 8언더파 64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이예원은 단독 2위 김민선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KLPGA 투어 통산 6승째를 올린 그는 우승 상금으로 1억8000만원을 받았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이날 경기를 나선 이예원은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1번홀과 3번홀, 8번홀 등 버디를 계획한 거의 모든 홀에서 타수를 줄이며 치열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KLPGA 투어 통산 6번째 노보기 챔피언이 된 이예원은 “버디를 많이 잡는 것보다 보기를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사흘간 무결점 플레이를 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2m 이내의 짧은 퍼트가 잘 들어가준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예원은 첫해부터 3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13번 이름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은 그는 상금랭킹 3위, 대상 포인트 4위에 자리했다.
2년 차가 된 지난해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비롯해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상금왕과 대상을 자신의 이력에 추가했다. 2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이예원에게 만족이란 없었다. 지난겨울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난 이예원은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13시간에 달하는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며 단점을 보완하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다.
가장 신경 쓴 건 롱 아이언 샷이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41.56야드로 장타자가 아닌 이예원은 이번 대회가 열린 더스타휴처럼 파4 홀의 전장이 긴 골프장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롱 아이언 샷 정확도 높이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이예원을 지도하고 있는 이정용 스윙코치는 “무모하게 드라이버 샷 비거리를 늘리기보다 롱 아이언 샷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호주 전지훈련 기간에는 롱 아이언 샷만 매일 수백 개씩 연습했던 것 같다”며 “연습량이 늘어나니 샷 정확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여기에 본인 스스로도 롱 아이언으로 미들 아이언과 숏 아이언처럼 홀에 붙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노보기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이예원의 롱 아이언 샷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예원은 “17번 홀처럼 더스타휴에는 전장이 긴 파4 홀들이 많다. 지난해 같았으면 사흘간 2~3개의 보기를 범했을 텐데 올해는 달랐다. 롱 아이언 샷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만큼 핀을 자신 있게 공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승으로 이끈 또 하나는 ‘전략 골프’다. 항상 대회에 앞서 18개 홀들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맞춤 전략을 세우는 이예원은 이번에도 사흘간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이라이트는 파4 11번홀. 최종일 티잉 그라운드가 앞당겨져 내리막 경사를 포함해 258야드만 날리면 원온에 성공할 수 있지만 이예원은 드라이버가 아닌 3번 우드를 잡고 돌아갔다. 이어 두 번째 샷을 약 2야드에 붙이고 값진 버디를 낚아챘다.
이예원은 “계획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사숙고하며 전략 등을 미리 세운 만큼 내 선택을 믿고 경기했다”며 “11번홀에서 원온을 노려볼 수도 있지만 잘라 가는 게 버디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1타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일에 계획한 대로 버디가 나와 정말 기뻤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예원은 상금랭킹과 대상 포인트 모두 1위로 올라서며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2관왕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임진희에게 아쉽게 내줬던 다승왕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예원은 “작년에 다승왕을 놓쳐서 올 시즌에는 K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되고 싶다. 우승 확률 33.33%를 기록하고 있는데 최종전까지 최대한 유지하면 좋겠다. 올 시즌에는 꼭 대상과 상금왕, 다승왕까지 3관왕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이 통하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예원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기로 결정했다. 긴장하거나 주눅 드는 건 나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LPGA 투어에서도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KLPGA 투어에서처럼 자신 있게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황유민과 김민선이 합계 11언더파 205타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황유민은 9번홀 두 번의 티샷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엄마 골퍼’ 박주영은 역전우승을 노렸지만 합계 10언더파 206타 공동 4위로 미끄러졌다.
양평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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