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또 1만명 줄어든 6·25 참전 용사… 이제 보은할 시간도 얼마 없다
16년 전, 필자가 섬기는 새에덴교회에서 제2회 6·25 참전 용사 초청 보훈 행사를 할 때였다. 통상 보훈 행사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 참전 용사를 초청하고 국내에서는 경기 용인, 광주, 성남시 등 교회 주변 지역의 국군 참전 용사를 초청한다. 그때 300여 명이 환영 만찬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6·25전쟁 당시 같은 부대에 속해 있던 한·미 참전 용사가 같은 테이블에서 만난 것이다. 한 사람은 미군 참전 용사 로렌조 오르테가이고, 또 한 사람은 국군 학도병 김영현 선생이었다.
두 사람은 6·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 ‘철(鐵)의 삼각지대’ 전투에서 함께 포로가 되었다. 두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서 말도 통하지 않았지만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하며 서로를 의지했다. 그러는 동안에 부대원들은 두 명을 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하였다. 포로로 잡힌 며칠은 그들에게 하루하루가 롱기스트 데이(longest day)였다.
마침내 무사히 구출되었을 때 서로 얼싸안고 “드디어 우리가 살았네” “굿굿, 원더풀” 하면서 기쁨을 나누었다. 그날의 환희와 감격은 흑백 앨범의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돼 있었다. 그런 그들이 58년 만에 우연히 한 테이블에서 만난 것이다.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 두 사람은 간직한 사진을 꺼내 보며 확인한 후 얼싸안고 탄성을 질렀고, 단상에 올라와 간증까지 하였다. “우리가 함께 사선을 넘나들던 전우였는데 이렇게 살아남아서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거야말로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덤으로 산 것입니다.”
그때가 우리 교회의 참전 용사 2회 초청 행사였는데 어느덧 올해는 18회째를 맞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전 용사 초청 행사의 무게와 중요성을 더 절감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해외 참전 용사들이 너무 고령이 되어 더 이상 한국으로 초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사 후에도 나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던 오르테가씨와 김영현 선생도 돌아가셨다.
올해는 6월 중순 미국 텍사스에 가서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전사자 및 전몰자 추모와 미군 참전 용사 및 가족 초청 보훈 행사를 먼저 한다. 국군 참전 용사들은 교회로 초청하여 보훈 음악회를 가질 계획이다. 나는 그동안 미국에 갈 때마다 지역의 보훈 병원을 찾았다. 한미 동맹의 상징물인 버지니아주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와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공원에 세워진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후원에도 참여했다. 이처럼 한미 참전 용사 보훈과 민간 외교에 앞장서온 일들이 알려지며 대한민국 목사 최초로 미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주최한 런천 기도회에서 설교할 기회도 얻었다.
2024년 4월 현재 국내에 6·25 참전 용사가 3만8000여 명 생존해 계신다고 한다. 1년 전보다 1만명이 줄었다. 안타깝게도 고령으로 인해 그 숫자가 매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참전 용사 초청 보은 행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은(報恩)이 한 사람의 인격이라고 한다면 보훈(報勳)은 국가의 품격이다. 6월을 맞이하여 전 국민이 보훈 문화 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우리가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누릴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교회뿐만 아니라 각 단체가 나서 보훈 병원에 위문하고, 국가보훈부와 지역별 6·25 참전 유공자회를 통해 참전 용사 보은 행사를 열고, 식사도 대접하고, 작으나마 격려비를 드리면서 기쁘게 해드리자. 어린이와 중고생은 참전 용사 할아버지들께 감사 편지를 전하자. 6월엔 현충원과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지역 내 참전 기념비에 헌화의 손길을 펼치자. 보은과 보훈은 비단 참전 용사의 공로에 감사하는 것을 넘어 우리 스스로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제 감사와 보은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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