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도, 엔스도…단두대서 반전투

안승호 기자 2024. 6. 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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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둘 중 하나는 교체”…신의 한수 된 염경엽의 역발상
LG 디트릭 엔스가 2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오른쪽은 케이시 켈리. 연합뉴스


6이닝 6K 1실점 엔스 ‘시즌 6승’
전날 켈리는 6이닝 비자책 2실점


팀은 두산전 스윕 등 최근 9승1패
외인 물색차 美간 단장 일단 스톱


어떻게 보면 ‘역발상’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최근 경기 전 공식 인터뷰에서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를 두고 “둘 중 한명은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구단은 외국인선수 교체를 검토하더라도 관련 사실을 가급적 숨긴다. 자칫 해당 선수가 감정적인 이유로 ‘태업’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의 이런 인터뷰는 LG 프런트에도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염 감독은 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구단에서는 말렸다”고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난, 그 단계를 지났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저 긴장감을 끌어내기 위한 엄포만은 아니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현장과 상의 끝에 지난달 28일 새 외국인투수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어떻게 보면 KBO리그 외국인선수 역사에 없던 현장의 극약 처방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켈리와 엔스는 염 감독으로부터 ‘공개 경고’를 받은 뒤 나란히 반등하고 있다. 또 LG는 선발 마운드의 두 투수 어깨를 엔진으로 2일 끝난 두산과의 주말 잠실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올시즌 두 팀 상대 전적도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LG는 지난달 31일 잠실 첫 경기에서 ‘5선발’ 손주영을 선발 카드로 내고도 외인 에이스 브랜든 와델로 맞선 두산을 6-3으로 잡은 뒤 켈리와 엔스를 차례로 투입해 선발 싸움에서 승리했다.

켈리는 지난 1일 두산전에서 6이닝을 4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버텼다. 현장 뜻과 구단의 움직임이 사실상 드러난 가운데 등판한 최근 2경기에서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75로 좋아졌다. 앞서 10경기에서 평균자책 5.72에 WHIP 1.57로 처참했던 흐름과는 딴판이다. LG는 1일 두산전에서는 켈리가 내려간 뒤 리드를 내줬으나 8-5로 연장 재역전승을 거뒀다.

염 감독은 켈리의 변화에 주목했다. “패스트볼 구속이 3㎞ 정도 회복됐다. (변화구를 쓰는) 이닝별 패턴 변화도 좋았다”고 말했다.

엔스는 2일 두산전에서 6이닝 2안타 1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9-1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28일 문학 SSG전에서 6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잘 던진 뒤 2경기 연속 1선발급 피칭을 했다. 엔스 역시 일주일 전만 해도 올시즌 11경기에서 평균자책 5.43으로 기대 밖이었지만, 급히 살아나는 흐름이다.

염 감독에 따르면 엔스는 보더라인 높은 곳 활용 빈도를 높이라는 ‘하이존 특명’을 받았다. 그에 부응하게 있다는 게 염 감독의 평가다. 염 감독은 “엔스는 그간 너무 낮은 코스에만 집중적으로 던지려는 경향이 있었다”며 “엔스는 양쪽 보더라인을 활용하는 투수가 아니다. 패스트볼과 커터를 던질 때는 타자 시선 혼란 유발을 위해서도 하이존을 적극적으로 쓰라는 주문을 했는데 지난 SSG전부터 변화가 보인다”고 말했다.

엔스는 이날 두산전에서 ‘하이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쉽게 범타를 유도하는 장면을 보였다. 1회 두산 첫 타자 헨리 라모스를 상대로 2구째 패스트볼(147㎞)를 스트라이크존 상단 위로 던져 1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더니 4회에는 두산이 자랑하는 중심타선 양의지-김재환-양석환을 차례로 하이존 공략으로 낚아냈다. 양의지를 상대로는 컷패스트볼(137㎞)을 보더라인 상단으로 던져 좌익수 뜬공을 끌어냈고, 김재환 또한 보더라인 최상단을 향한 포심패스트볼(149㎞)로 2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곧바로 양석환을 좌익수 뜬공을 잡아내며 던진 결정구도 보더라인 최상단을 통과한 컷패스트볼(137㎞)이었다.

LG는 외인 교체를 화두로 운명의 주간을 보냈다. 그 사이 켈리와 엔스는 단두대에서 공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일단 두 선수는 연이은 호투로 현장의 판단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구단의 결정 또한 복잡해졌다. LG는 또 최근 10경기 9승1패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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