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유지 실패' 쇼킹한 감독 선임 대세는 끝났다, 강한 리더의 시대가 돌아오나

나유리 2024. 6. 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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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3일 서울 압구정로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창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3.1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리그에는 한동안 젊고 신선한, 혹은 쇼킹한 감독 선임이 트렌드였다. 이제 다시 강한 리더의 시대가 돌아온듯 하다.

한화 이글스가 2일 제 14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1958년생인 김경문 한화 신임 감독은 단연 현역 최고령, 최고 베테랑 감독 자리에 올랐다. 종전 최고령 감독은 1966년생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었다. 현역 최연소 감독인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1981년생으로 김경문 감독과는 23세 차이가 난다. 이범호 감독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2000년 프로 선수로 데뷔했을때 김경문 감독은 두산 1군 배터리코치였다.

커리어도 압도적이다. 프로 원년(1982년)부터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은퇴 후 1994년부터 코치로 현장에서 지도가 경험을 쌓았다. 처음 1군 감독으로 부임한 것은 2004년, 당시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2018시즌 도중 NC 다이노스 감독 자리에서 떠날 때까지 15년간 감독을 맡았다. NC에서 물러난 후에도 2019~2021년에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맡았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후부터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기까지의 약 3년의 시간이 커리어에 있어 가장 긴 공백이었다.

한화의 김경문 감독 선임은 '의외'나 '쇼킹', '파격'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다. 오히려 가장 안정적인 카드를 택했다고 봐야 한다. 또 구단이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기 수일 전부터 보안 유지에도 실패했다. 김경문 감독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함께 거론된 후보자들의 구체적인 이름까지도 암암리에 알려졌다. 대부분 베테랑 감독 출신들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 대표팀 사령탑 시절. 스포츠조선DB

최근 KBO리그에서는 감독 선임시 젊은 감독, 새로운 얼굴, 신선한 인물에 대한 요구가 컸다. 실제로 구단들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베테랑 감독 출신들이 가장 먼저 후보로 꼽혔으나, 구단이 결정한 최종 선택은 '새 인물'인 경우가 많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전력분석팀장 출신으로 지도자 경험이 없는 허삼영 감독을 선임했었고, 롯데 자이언츠도 타격코치로는 이름을 알렸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허문회 감독을 선택했었다. 두산 베어스는 KBO리그 최고의 레전드지만 은퇴 후 현장 지도자 경력은 없었던 이승엽 현 감독을 선임했고, SSG 랜더스도 최유력 후보로 꼽히던 후보가 아닌, 자체 면접을 통해 코치-단장 출신인 이숭용 현 감독을 선임했다. 한화의 전임 감독인 최원호 감독도 내부 승격이었지만 '젊은 감독' 트렌드에 걸맞은 인물이었고, NC 강인권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 등도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김경문 당시 NC 다이노스 감독. 스포츠조선DB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롯데 새 감독으로 선임된 김태형 감독이나 한화의 새 감독으로 낙점된 김경문 감독처럼, 최근 다시 '강한 리더십'의 시대가 돌아오는 모양새다. 감독들마다 디테일한 야구관, 성향,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이 다르지만 김경문 감독은 대표적인 '카리스마형 지도자'의 표본이다. 더 과거에는 감독이라는 자리가 감히 말을 쉽게 붙이기도 어려울만큼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젊고 소통을 중시하는 감독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경계들이 다소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한화는 시즌 도중에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현재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최적의 사령탑은 김경문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지금의 한화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또 성적에 대한 갈증도 풀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한화 구단이 했던 그동안의 선택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한화는 '3김'이라 불렸던 김인식-김응용-김성근의 시대 종료 후, 한용덕, 카를로스 수베로, 최원호까지 젊은 감독들을 선택해왔다. 수베로 감독은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었다. 그러나 목표로 했던 성과를 얻지 못하자 노선을 바꿔 다른 결정을 내린 셈이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을 제외하면, NC에서 떠난 후 오랜만에 1군 현장에 돌아오는 김경문 감독이 과연 한화에서는 어떤 리더의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흥미롭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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