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전통 미디어’에 대한 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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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명꼴로 사직서를 쓰고 있다. 지난 3월 중앙일보·JTBC 조합원 중 올해(2024년) 퇴사를 결심한 기자가 8명이다. 이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5년으로 전례 없는 저연차 인력 유출이다." "조선일보 노보는 2022년 5월 지난 10년간 입사한 기자 106명 중 40명이 퇴사했다고 밝혔다." "2019년 한겨레에서는 1년 사이에 10명이 이직했고, 채널 A에서는 1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나라 언론진흥을 목표하는 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월간지 '신문과 방송' 5월호 커버스토리가 '언론사 인재 공백'으로 다룬 '전통 미디어'의 어려운 실상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저널리즘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공통된 이해관계의 실현,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에 중심축으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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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이다. 많은 대학에서 언론사 입사를 위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연상시키는 ‘언론고시반’을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입사에 성공한(?) 이들이 교정에서 회자되고, 대학 본부는 학교 행사에 언론인을 고정적으로 초청하고, 재학생들에게는 인기 있는 연사였다. 촉망되는 인재로 평가받은 것이다.
신문이나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미디어의 사양화가 가파르다. 하루 평균 이용시간에서 대폭 증가하는 유튜브,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는 대조적으로 대폭 감소하였다. 종이신문은 5.7분까지 떨어져서 잡지(0.7분)보다 높을 뿐이다(‘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요즘 사람들(특히 젊은이)의 자기표현 욕구와 행위를 고려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자기 존재감 충족도에서 전통 미디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미디어를 당해낼 수 없다.
디지털 미디어는 메시지 생산자와 이용자 간의 경계를 없애고 겸하게 하였다. 전문직업인이 만든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정보를 가지고 타인과 세상에 발언하고 공유하며, 세상의 주변부에서 벗어나 중심부가 되는 충족감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종합판인 모바일은 사람들과 하루 내내, 연중무휴 함께함으로써 신체 일부가 되고, 또 사용하는 사람 자체를 대신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점은 전통 미디어에서 어렵게 맥을 이어오던 저널리즘의 현주소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저널리즘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공통된 이해관계의 실현, 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에 중심축으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좋은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사실성, 정확성, 심층성 구현을 외면하고 돈벌이와 선정주의의 무책임한 내용으로 공동체의 약화, 균열을 야기하고 공동체 의식과 유대감을 해치는 흉기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횡행하고 있다. 인간과 물리적·심리적으로 가까운 존재가 된 디지털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살게 된 시대에 잊지 말아야 질문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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