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재개 카드에…北 '김빼기'나서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4. 6. 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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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북한의 잇단 오물 풍선 살포 등 '회색지대' 도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북측이 밤늦게 '일시휴전' 의사를 밝히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남측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가장 강력한 비(非)물리적 대응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 들자 부담을 느껴 긴장 수위를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군 안팎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측이 북측에 취할 수 있는 비물리적 대응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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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쓰레기 살포 잠정 중단
강력한 압박에 부담 느낀 듯
"풍선 3500개 오물 15t 날려
삐라 발견시 다시 집중 살포"
인천공항등 곳곳서 피해 신고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차 앞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뉴스1

정부가 2일 북한의 잇단 오물 풍선 살포 등 '회색지대' 도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북측이 밤늦게 '일시휴전' 의사를 밝히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남측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가장 강력한 비(非)물리적 대응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를 꺼내 들자 부담을 느껴 긴장 수위를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사전에 남측이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힐 가능성을 감안해 이같이 시차를 두고 '김빼기' 전술을 펼쳤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이날 밤늦게 발표한 담화를 통해 자신들이 지난달 28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오물 15t을 풍선 3500여 개에 매달아 국경 부근과 수도권 지역에 살포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린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면서 "우리는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풍선 살포 잠정 중단)은 우리 행동이 철저히 (대북 전단 풍선에 대한) 대응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은 지난달 26일 대남 전단 살포를 예고했던 김 부상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오물 풍선 무더기 살포 행위를 정당화했다.

이날 정부는 북측이 지난달 31일 대북 경고에도 불구하고 재차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보내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강대강' 대응에 나섰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긴급 NSC 상임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취할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행위'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혀 조만간 확성기 방송 재개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군 안팎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측이 북측에 취할 수 있는 비물리적 대응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과거 군 당국은 △천안함 폭침(2010년)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2015년)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시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군이 보유한 고성능·고출력 대북 확성기는 도달 거리가 2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북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북측은 과거 남측 확성기에 대한 '원점타격'을 위협하며 물밑에서 방송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지돼 있어 재개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에 따르면 군 당국이 이번 주말 동안 식별한 북측 오물 풍선은 약 720개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달 28~29일 북측이 보낸 풍선을 약 260개로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일 새 오물 풍선 약 1000개가 전국 각지에 떨어지면서 국민들 피해도 컸다. 이날 오전 10시 22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빌라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 위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 앞 유리창이 박살 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북측이 살포한 오물 풍선은 인천국제공항에도 떨어져 주말 동안 세 차례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성훈 기자 / 안정훈 기자 / 지홍구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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