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시리아, 원유 생산량 94% 급감… 인구 5분의 1은 난민으로[권오상의 전쟁으로 읽는 경제]
정부군, 대통령 알아사드에 충성… 자유시리아군은 튀르키예가 뒷배
유전 장악한 시리아민주군도 얽혀… 2008년 금융위기후 곡물값 폭등
‘아랍의 봄’ 타고 반정부시위 들불… 산유국 경제 파탄 나며 비극의 늪
《5월 9일 시리아 국방부는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에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아의 남서부와 이스라엘의 북동부가 서로 접하는 곳에 위치한 골란고원은 국제법상 시리아 영토지만 1967년 3차 중동전 이래 약 3분의 2의 넓이가 이스라엘군에 점령돼 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은 서로 간에 심심치 않게 로켓을 쏘아대는 사이지만 당장 본격적인 대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4차 중동전 후인 1974년 이스라엘군과 시리아군 사이에 놓인 해발 고도 2814m의 헤르몬산을 포함한 완충 지대 덕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두 네 번 있었던 중동전쟁에서 미국과 소련이 한 편이 되고 이스라엘과 영국, 프랑스가 다른 한 편을 먹었던 기묘한 2차만 빼고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전쟁만 세 번 치렀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여차하면 미사일을 날리고 폭탄을 떨어뜨리는 이스라엘이 아니다. 시리아는 2011년 이래로 14년째 내전을 치르고 있다.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전쟁을 좁게 정의하는 측은 ①합법적인 국가가 ②또 다른 합법적인 국가에 ③정정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하고 ④무력을 행사하는 것만 전쟁으로 인정한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진정한 전쟁은 아니라는 식이다. 이런 식의 이해는 귀족보다 높은 왕과 황제만이 전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유럽의 오랜 인식 때문이다. 그들 관점에서 신분이 안 되는 존재는 전쟁할 자격이 없다. 그저 반도나 폭도일 뿐이다.
내전으로 번역되는 영어의 시빌 워는 라틴어 벨룸 키빌레를 그대로 옮긴 말이다. 기원전 1세기의 로마인에게 이는 로마의 평민을 위하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로마의 귀족과 원로원을 대변하는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사이의 싸움이었다. 야만 이민족을 함께 정복하느라 바빠야 할 로마 시민끼리 뭐 하는 짓이냐 하는 통탄이 벨룸 키빌레라는 말에 배어 있었다.
시리아의 내전은 로마의 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상이 복잡하다. 일단 시리아 정부군이 있다. 이들은 전직 안과 의사인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에게 충성한다. 그 다음으로 시리아 임시정부를 필두로 한 자유시리아군 등이 있다. 세 번째가 시리아 구국정부의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이고, 네 번째가 로자바의 시리아민주군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몇 곳의 거점을 유지 중인 이슬람국의 부대가 있다. 정부군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은 자기들끼리도 싸운다.
내전 혹은 내란은 왜 일어날까. 통상 아사드가 독재자라 그렇다는 설명이 흔하다. 이러한 설명은 사실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사드 외에도 독재자가 통치하는 국가는 현재도 많다. 과거를 봐도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처럼 죽을 때까지 내전을 겪지 않은 독재자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보다 진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탐욕이다. 여기서 탐욕이란 국가 내에서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더 늘리려는 걸 가리킨다. 다툼의 대상은 초지나 광산 같은 경제적 이익이기 쉽다. 둘째, 불만이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이 처한 정치적 불공정이나 사회적 불평등에 분개한 나머지 충돌이 시작된다는 거다. 이는 억압 받는 소수 민족이나 종교가 관련된 내전을 설명하기에 좋다.
그렇지만 위 조건들은 충분조건은 아니다. 가령 불이 붙으려면 산소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산소 때문에 불이 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사우드 왕가의 아라비아는 막대한 원유가 있지만 내전을 겪지 않았다. 캐나다는 인구의 11%가 프랑스계지만 내전을 치른 적이 없다. 또 싱가포르는 인구의 14%와 9%가 각각 말레이계와 인도계고, 종교도 불교 31%, 그리스도교 19%, 이슬람교 14%로 갈리지만 내전이 뭔지 모른다.
사실 시리아 내전의 발발은 이른바 ‘아랍의 봄’의 연장선이었다. 2010년 튀니지에서 무허가 노점상을 하던 청년이 단속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온 끝에 2011년 튀니지의 대통령이 망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의 주변 국가로 번졌다.
아랍의 봄이 급속히 번진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컸다. 하나는 소셜미디어고 다른 하나는 생활고였다. 2008년 투기에서 비롯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애먼 곡물 가격을 이전에 비해 2배 넘게 올렸다. 아랍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해 먹는 처지였다. 게다가 2010년 동유럽의 폭염으로 주요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금지했다.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면서 들불처럼 반정부 시위가 번졌다는 얘기다. 미국의 테크와 금융은 결과적으로 리비아 같은 국가들의 기반을 허무는 첨병이 되었다.
시리아 내전이 14년째 계속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의 앤 히로나카에 따르면 외부 세력이 개입한 내전은 개입이 없는 내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내전의 기간이 4배 이상이었다.
시리아 내전은 어떨까. 일단 시리아 북부의 자유시리아군은 튀르키예가 뒷배다. 또 시리아 남부의 요르단과 이라크의 접경지대에는 미국이 배후인 시리아자유군이 있다. 쿠르드인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은 이라크, 이란, 튀르키예의 쿠르드인들이 후원하고 이슬람국의 부대는 알카에다가 돕는다. 시리아 정부군 역시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 즉, 시리아 내전은 말만 내전이지 실제로는 온갖 세력들이 끼어든 일종의 세계대전이다. 꾀했건 아니건 시리아의 내전으로 가장 이득을 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앤아버 미시간대의 크리스천 대븐포트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내전은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2%씩 낮춘다. 국제통화기금 등은 시리아의 국내총생산을 2012년 이래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짐작은 가능하다. 가령 시리아의 원유 생산량은 내전 이전에 비해 6%대로 떨어졌다. 시리아민주군이 유전이 있는 시리아 동부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시리아 인구의 5분의 1인 450만 명이 전란을 피해 옆 나라로 떠돈다. 2015년 튀르키예 해안으로 떠밀려온 두 살 난 쿠르드 아기 알란 셰누는 그중 한 명일 뿐이다.
권오상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 ‘전쟁의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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