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만델라당’ 30년만에 단독과반 실패…연정 협상 착수

넬슨 만델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총선 참패…40%대 득표로 과반 의석 확보 실패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7번 총선서 참패 처음
제1야당 민주동맹 21% 2위·MK당 14.6% 3위
ANC사무총장 “며칠간 연정 협상 논의할 것”
생활고에 민심 이반…라마포사 대통령 “퇴진 불가”

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총선에서 30년 만에 넬슨 만델라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득표율 40.2%에 그치며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이 연정 협상 조건으로 당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AP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와 인종차별 철폐를 이끈 넬슨 만델라를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집권에 실패했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총선 개표율이 99.91%인 상황에서 ANC는 40.21% 득표에 그쳐 직전 2019년 총선(57.5%) 대비 17%포인트 이상 내주면서 단독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ANC가 단독 과반 득표에 실패한 건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치러진 총 7번의 선거에서 처음이다.

제1야당인 민주동맹(DA)는 득표율 21.78%로 2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장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4.58%로 3위를 기록했다. 기존의 원내 제2 야당이던 경제자유전사(EFF)는 9.51% 득표에 그치며 4위로 후퇴했다. 이 밖에 잉카타자유당(IFP), 애국동맹(PA) 등 일부 군소 정당이 2∼3%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단독 과반 득표에 실패한 ANC는 처음으로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회 400석을 배분하며, 의회 과반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을 간선제로 선출한다.

다만 ANC가 득표율 2위, 3위인 DA, MK와 관계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고 정책 노선도 달라 남아공 사상 첫 연정 구성을 두고 한동안 정국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ANC는 총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 새 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ANC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ANC가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앞으로 며칠 동안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NC는 연정 협상에서 당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우리에게 온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건 안 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ANC의 단독 과반 실패는 33%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사태 등이 겹치며 민심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라마포사 대통령의 정적인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등을 돌린 것도 결정적 패인이었다.

앞서 주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연정의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각종 부패 혐의로 대통령직과 ANC에서 축출됐는데 이를 주도한 게 당시 부통령이던 라마포사 대통령이다.

이번 총선 최종 결과는 2일 저녁 발표될 예정이다. 총선 최종 결과 발표 뒤 14일 이내 소집된 새 의회의 첫 회의에서 대통령이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