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리듬 깨진 ‘부정맥’, 뇌졸중·심부전·돌연사 위험 높여

권대익 2024. 6. 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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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모두 위험하진 않지만 심방세동 등은 빨리 치료해야
부정맥은 '천의 얼굴'로 불릴 정도로 종류와 증상이 다양한데 특히 심방세동 등 일부 부정맥은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기에 재빨리 치료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쿵쾅쿵쾅’ 뛰는 것 같거나, 불규칙적으로 ‘탕탕’ 치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 혹은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하다.”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의 대표적 증상이다.

부정맥은 다양한 이유로 심장박동이 정상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혹은 불규칙해지는 질환이다.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지만 일부 부정맥은 뇌졸중(腦卒中·stroke)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돌연사 원인이 된다.

대표적인 부정맥인 △조기 수축(premature beats) △서맥(徐脈) △빈맥(頻脈) △심방세동(心房細動·atrial fibrillation) 등에 대해 알아본다. 마침 6월 첫째 주 ‘세계 부정맥 주간’이다.


◇‘조기 수축’, 크게 위험하지 않은 부정맥…심혈관 질환 앓으면 치료해야

보통 심장박동은 우심방 위에 있는 동방결절(洞房結節·sinoatrial node)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해 방실결절로 전달돼 심실 근육이 수축하면서 이뤄진다. 그런데 동방결절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전기 신호가 발생해 심장이 추가로 수축하는 걸 ‘조기 수축’이라고 한다.

쿵 떨어지는 느낌, 맥이 건너뛰는 느낌,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서는 물론 커피나 술 마신 후, 스트레스를 받아도 발생할 수 있어 크게 위험한 부정맥은 아니다. 따라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면 경과를 관찰한다. 한마디로 증상의 정도와 빈도, 심혈관 질환 유무에 따라 치료를 정한다.


◇서맥·빈맥, 약물‧시술 치료해야, 서맥은 인공심장박동기 삽입

정상 맥박은 안정된 상태에서는 1분에 60~90회 정도다. 맥박이 이보다 느리면 서맥, 빠르면 빈맥이라고 한다. 서맥이나 빈맥 모두 맥박이 크게 느리거나 빨라져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펌프질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호흡곤란이나 흉부 압박감, 어지러움,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서맥과 빈맥은 환자에 따라 약물 치료와 함께 시술 등을 해야 하기도 한다. 특히 서맥은 노화로 인해 심장의 전기 신호 생성과 전달 기능이 약해져 발생하는 것이어서 약물 치료를 하기 어렵다. 양소영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대신 심장박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만들어주는 인공심장박동기 시술이 필요하다”며 “심장이 몇 초라도 멈추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기에 특히 고령 서맥 환자라면 시술을 미루지 말고 재빨리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심방세동, ‘돌연사 주범’으로 불려, 증상 없어도 꼭 치료해야

빠르고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계속되거나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부정맥으로 뇌졸중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기에 가장 위험한 부정맥의 하나다. 고혈압·당뇨병·심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없어도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하고, 기저 질환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훨씬 커진다.

대표적인 심방세동 증상은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실신 등이다. 증상은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평소 증상이 없을 때가 많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병·심혈관 질환 등이 있으면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또 별다른 기저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하는데, 전 인구의 2% 이상, 80세 이상에서는 15% 이상이 심방세동 환자다.

김수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치료하지 않다간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뇌졸중·심장 돌연사 발생 위험이 2~5배 정도 커진다”며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심방세동은 기본적으로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해 혈전 예방을 위한 약물 치료(와파린, NOAC 등 항응고제)를 먼저 시행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으면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냉동 풍선 시술 등을 시행한다.


◇발생 위험 요인 피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부정맥은 당뇨병·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에 평소 일상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 술·카페인·스트레스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에너지 음료, 탄산음료, 콜라(제로콜라 포함), 자양강장제, 종합 감기약 등에도 카페인이 포함돼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수현 교수는 “적절히 운동하는 것도 부정맥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평소 거의 운동하지 않았다면 가벼운 걷기 등 유산소운동부터 시작해 서서히 운동량을 높이고 코어 운동 등 근력 운동을 병행해 주 4~5회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부정맥 진단에도 관심이 높다. 양소영 교수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이상 증상이 느껴질 때마다 스마트워치로 기록해두고 의료진과 공유하면 부정맥 진단, 치료 계획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일단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반복되면 증상을 잘 기록하고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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