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늪으로 빠져든 유럽, 미국보다 먼저 금리 내리나

김경민 기자 2024. 6. 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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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사 잇따라 ‘6월 인하’ 시사
에너지 가격 떨어지며 물가 꺾여
미국은 ‘아직’…9월도 장담 못해

각국의 통화정책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가 차갑게 식은 유럽은 6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커진 반면, 미국은 물가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에 나서며 인하 시점이 밀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고물가·고환율 부담이 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2022년 7월부터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온 유럽이 미국에 앞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동결한 기준금리(4.5%)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를 비롯한 ECB 인사들이 잇따라 ‘인플레 둔화 확신이 강화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며 6월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며 ‘디스인플레이션’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7%에 달했던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여 만에 2.6%(5월)까지 떨어졌다. 유로존은 에너지를 비롯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아왔는데,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며 공급 충격이 해소된 데다 임금상승률도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유럽이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3, 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은 -0.1%까지 떨어졌다. 1분기에는 0.3%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를 웃돈다”며 “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면서 가계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은 경기가 여전히 확장국면인 데다, 물가 둔화 추이가 정체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미궁 속에 빠진 모양새다. 7월은 물론 9월 금리 인하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준에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농수산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의 체감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환율이 달러당 1380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의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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