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홀린 CCTV 드라마 ‘나의 알타이’…“목가적 풍경만으로 영혼 치유” 찬사 속 “소수민족 통합 정책 정당화” 지적도

박은하 기자 2024. 6. 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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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중국 작품 평점 1위
배경무대인 신장 여행 붐도

설산 아래 펼쳐진 푸른 숲과 초원, 양과 소를 키우며 평화롭게 사는 유목민,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꿈과 사랑을 키우는 젊은 여성.

최근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끈 드라마 <나의 알타이·사진>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경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 힘입어 신장 관광 붐도 불고 있다. ‘무해한 치유 드라마’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중국의 민족통합 정책이 강요하고 있는 신장 지역의 ‘위장된 평화’를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의 알타이>는 중국중앙TV(CCTV)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공동 제작한 8부작 드라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기차로 14시간 걸리는 알타이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마을에서 태어난 젊은 한족 여성은 작가를 꿈꾸며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괴롭힘을 당하고 실직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살기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도시의 경쟁 일변도의 삶에서 벗어나던 중 유목민의 여름 야영지에서 카자흐계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1979년생 한족 작가 리쥐엔이 1990년대 알타이에서 살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수필이 원작이다. CCTV에서는 지난달 7일 첫 방영됐다. 지난달 17일 기준 1억회 이상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중국 영화 플랫폼 더우반에서 평점 8.8점을 받으며 올 상반기 중국 드라마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넋을 잃고 바라보게 만드는 드라마 속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치유가 되는데 ‘초원의 풀과 나무처럼 너 자신은 있는 그대로라도 괜찮다’는 메시지에 감동했다는 평이 대다수이다. 카자흐계 소수민족의 음악과 세시풍속 등도 드라마의 매력을 더했다.

시청자들의 ‘알타이앓이’는 신장 여행 붐으로 드러난다. 드라마의 배경인 부얼진현과 하바허현은 첫 방영 후 열흘 만에 관광객 44만5500명이 다녀갔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한 수치다. 호텔은 이달 예약도 가득 찼으며, 휴가철 관광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 당국도 드라마 성공에 고무됐다. 지난 1일 중국청년보 보도에 따르면 마리 중국 문화여유부 부국장은 <나의 알타이>의 성공을 정부와 미디어 간 합작 결과라며 “드라마가 신장 알타이 지역의 문화 및 관광 소비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 풍경과 문화적 특색을 관광상품으로 연계해 농촌 발전을 이끌고 도농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재 중국공산당이 가장 신경 쓰는 시책이다.

드라마는 올해 프랑스 국적 항공사 에어프랑스에서 서비스될 예정이다. 일본,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과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알타이앓이’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나의 알타이>에 대한 평은 찬사가 지배적이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카자흐족은 이 드라마를 싫어할 권리가 있다”는 댓글이 종종 발견된다. 홍콩계 독립매체 단전매는 지난달 30일 중국어권 매체 가운데 보기 드물게 비판적 기사를 냈다. 단전매는 중국이 2017년부터 신장에서 ‘반테러 및 민족통합’을 명목으로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해 소수민족을 상대로 중국어와 사상교육을 실시한 사실을 언급하며 “극중 목가적 삶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선전”이라고 평했다. 또 “(드라마에서 드러난) 소수민족 문화와 청년 문화에 대한 관심은 신선한 공기와 작은 희망이지만, 카자흐계 문화를 대표하는 민족 드라마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혹감과 불편함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류 드라마가 소수민족 문화를 조명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탄압받던 카자흐계 소수민족의 문화와 삶은 한족 청년의 힐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주인공은 알타이에서 현대화된 ‘한족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유지하며 가끔 시골 마을 여성들 사이에서 계몽가 역할도 맡는다.

단전매는 드라마에서 한족이 소수민족을 보는 시선은 오리엔탈리즘적 시선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나의 알타이>가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인정하면서도 “(중국에서 유행하는 티베트 불교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영적 치유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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