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타격 허용서 장거리 미사일 제외…“전황 바꾸기엔 한계”

선명수 기자 2024. 6. 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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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우려에 우크라의 서방 무기 사용 전면 허용 안 해
러시아, 레드라인 넘은 미국 향해 “비대칭 보복” 경고
미 국무, 나토 외교장관 회의 참석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을 맞을지 주목된다. 서방 동맹국들이 확전을 피하기 위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은 셈이지만, 전세에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BBC는 미 정부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자국산 무기에서 에이태큼스(ATACMS) 등 장거리 미사일을 제외하면서 이번 조치가 전쟁의 판세를 뒤집기에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 무기는 사거리 70~80㎞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과 다연장 로켓발사시스템(GMLRS), 야포 체계 등이다. 독일 정부도 각각 84㎞, 40㎞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발사시스템 MARS2, 자주곡사포 PzH2000이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미국산 에이태큼스를 동원한 본토 공격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

전쟁 초기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지 않았던 서방은 전황이 악화되자 ‘러 본토 공격 사용 금지’를 조건으로 영국과 프랑스는 사거리 240㎞의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 미사일을, 미국은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최근 러시아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지역에 파죽지세로 진군하자 미국과 독일은 숙고 끝에 국경 너머 러시아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도록 일부 제한을 풀었다.

BBC는 미국이 에이태큼스를 활용한 본토 타격을 금지한 것은 여전히 “확전을 피하기 위해서”라며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러시아 영토 내 주요 군기지와 비행장을 타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짚었다. BBC는 “사거리가 더 짧더라도 하이마스 같은 다연장로켓발사기는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작전과 군대 이동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스톰섀도에 대해선 영국과 프랑스가 그 사용 여부를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CNN도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가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 전쟁연구소(ISW)의 카테리나 스테파넨코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를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깊은 후방은 여전히 타격할 수 없어 전쟁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에 부족하다”고 CNN에 말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마티외 불레그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격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어선 더 효율적”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방어의 촉진제일 뿐, 그 자체로 게임 체인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스스로 그었던 ‘레드라인’을 또다시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비례적 대응”(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을 경고한 데 이어 “비대칭적 보복”(안드레이 카르파톨로프 하원 국방위원장)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까지 경고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역시 확전을 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크름반도는 이미 여러 차례 영국·프랑스가 지원한 스톰섀도 미사일로 공격받았고, 그때마다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유럽에 경고했지만 딱히 대응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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