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있으니 앉아있지 마라”…노동자 숨통 조이는 ‘감시 갑질’
노동계 “근로기준법 개정을”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업무용 메신저 사찰, 폐쇄회로(CC)TV를 통한 감시 등 ‘감시 갑질’에 노출된 사례들이 공개됐다. 전자기기 및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활용한 무차별적 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5월 사용자 감시와 관련된 고충을 호소한 e메일 40건을 접수했다고 2일 밝혔다. 사용자 감시는 최근 ‘개통령’으로 불리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가 운영했던 보듬컴퍼니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분야다. 접수된 감시 유형은 크게 CCTV를 통한 감시, 메신저 및 e메일 사찰, 기타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시 등이다.
감시 중 가장 일반적 유형은 CCTV 활용이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버스·식당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한 ‘공개된 장소’에는 범죄 예방·시설 안전·화재 예방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사업장 내부 등 불특정 다수의 출입이 빈번하지 않은 ‘비공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때는 노동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선 이 같은 규제가 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제보 사례를 보면, 식당 노동자 A씨는 오전 일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의자에 앉아 쉬는데 사장이 직원 단톡방에 “손님이 전부 나간 게 아닌데 그렇게 앉아 있으면 안 된다. CCTV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공개된 장소인 식당은 원칙적으로 CCTV 설치가 안 되는 곳이다.
육아휴직 이후 인사고과를 최하위로 받은 B씨는 최근에야 사용자가 자신을 CCTV로 감시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최하위 고과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회사는 카메라로 저를 지켜봤는데 업무 중 (개인) 통화를 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은 ‘CCTV를 통해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지나치게 감시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자의적 기준에 따라 사내 메신저·회사 e메일을 들여다보고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있다. 노동자 C씨는 “회사에서 사전 동의 없이 직원들의 사내 메신저 내용을 전부 확인했다. 회사에 불만을 표한 직원들은 퇴사 조치됐다”고 말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해도 (노동관계 법령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별도 제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라며 “노동 감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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