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독과점 우려 커진다

김세훈 기자 2024. 6. 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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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본·데이터 필요해
후발주자에 높은 진입 장벽
‘알고리즘 담합’ 등 발생 가능
EU·미국 등 규제 마련 속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미드저니’로 구성한 얼굴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빅테크 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생성형 AI 시장이 글로벌 빅테크가 장악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모델 개발, 학습 데이터 확보, 유지 비용 등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쉽지 않은 구조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파운데이션(기초모델)을 출시한 기업은 구글(18개)이다. 이어 메타(11개), 마이크로소프트(MS·9개), 오픈AI(7개) 순이다. MS는 오픈AI의 최대주주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09개로 2위인 중국(20개)을 큰 격차로 앞질렀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광범위한 산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딥러닝 모델이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의료·법률 등 한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드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 때문에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점한 빅테크들이 후발주자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2일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가 향후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을 응용하는 사업자에게 부당한 가격을 설정하거나 거래조건을 만드는 등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격차도 우려 요소다. 생성형 AI 모델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한다. 투입된 데이터의 양과 질이 성능을 결정한다. 검색엔진·쇼핑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글로벌 빅테크는 최신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데 경쟁사보다 유리하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이용자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이라며 “일찌감치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AI 모델 구축·학습에 들어가는 비용도 시장 진입자에게는 걸림돌이다. 주요 생성형 AI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수만개로 구성되는데, 고성능 GPU 가격은 개당 5000만~6000만원에 이른다.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는 훈련 비용이 1억9100만달러(약 2645억원), 오픈AI의 GPT 4는 7800만달러(약 10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생성형 AI 독점으로 인한 피해가 소비자에게 이어질 수도 있다. AI 간의 ‘알고리즘 담합’이 그 예다. AI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다른 AI와 ‘묵시적 담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담합자들 간의 소통 여부로 담합을 판단하던 전통적인 담합 기준에서도 벗어나 있다. AI 간 묵시적 담합을 처벌할 기준 역시 아직 없다.

각국의 규제 당국은 생성형 AI 관련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을 승인했다. 이 법은 AI 개발 과정에서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위험 기술은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 1월 MS·구글·아마존에 생성형 AI 기업에 투자한 배경을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빅테크 기업이 AI 관련 스타트업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에 제동을 건 것이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4월 생성형 AI 시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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