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출구조사 “여당 압승, 모디 3연임 확실시”

김지원 기자 2024. 6. 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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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인도 암리차르에서 집권 인도국민당(BJP) 지지자들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1일 끝난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73)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 주도 여권 연대가 과반 의석을 훨씬 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가 종료된 뒤 발표된 11개 출구조사에서 여권 연대는 하원 의석수 543석 중 342~40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돼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하는 야권 연대(107~167석)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리에 오른 모디는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재임 1947~1964)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3연임할 가능성이 커졌다.

모디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뒤 소셜미디어에 “인도 국민이 우리 정부를 재선시키기 위해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유권자만 10억명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 선거로 꼽히는 인도 총선은 지난 4월 19일 시작해 지난 1일까지 일곱 차례 걸쳐 투표가 진행됐다.

집권 여당이 과반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면서, 모디는 근대 인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절대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가 지난 10년간 이끌던 경제·외교 정책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래픽=송윤혜

모디의 압승 요인으로 우선 꼽히는 건 ‘경제’다. 실제로 모디 재임기 인도 경제는 외형 면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취임 첫해 11위에 불과했던 세계 경제 순위는 2022년에는 자국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까지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여기에 이르면 2027년쯤 일본과 독일까지 건너뛰고 3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해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집권 10년 동안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등 고성장에 가려진 그늘도 없지 않지만, 모디는 각종 경제 지표를 앞세워 경제 성장 성과를 유권자들에게 집중 강조했다. 선거 유세에서 “지난 10년간 진행됐던 개발은 맛보기(appetizer)였고, 실질적인 변화는 세 번째 임기에 나타날 것”이라며 유권자들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모디가 집권하는 동안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섰다. 모디는 풍부한 인적 자원을 앞세워 해외 기업 공장을 유치하고, 전자·정보통신 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기존의 기업 친화·성장 위주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가 정치적 안정성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모디 3기에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위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인도는 러시아·미국·영국·중국·프랑스로 고착돼 있는 유엔 상임이사 5국 체제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추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미국 등 자유주의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의 패권 경쟁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국익 챙기기에 주력한 실리 중심의 외교 노선도 총선 압승으로 힘을 받게 됐다. 실제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안보 협력체 쿼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러시아·중국과는 브릭스(신흥 경제국 협력체)의 일원으로 긴밀하게 교류해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는 등 중립적 태도를 견지했다. 이렇게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실리적 외교로 3기에서도 자국의 존재감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과의 영토 분쟁은 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군과 중국군은 2022년 히말라야 산맥 서부 지역에서 무력으로 충돌하는 등 모디 집권기 인도는 중국과 국경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모디의 장기 집권 체제가 가시화되면서 권위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힌두민족주의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인도의 정체성을 힌두교와 동일시하는 힌두민족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집권 뒤에도 이를 노골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1월에는 북부 도시 아요디아에서 힌두교도들이 모스크를 파괴한 자리에 지어진 대형 힌두교 사원 축성식에 참석해 논란을 불렀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80%가 힌두교 신자이지만 무슬림도 14%에 달하고,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이슬람 국가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어 힌두교 우선 정책이 지속될 경우 주변국과 종교·인종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가 주도한 야권 연대는 “모디가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무시하고 독재로 향하고 있다”며 선거전 내내 집권 여당과 모디를 비난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모디와 인도국민당의 압승으로 인도 야권의 암흑기도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와할랄 네루와 인디라 간디 부녀(父女) 총리 등 과거 쟁쟁한 국가 지도자들을 배출했던 전통의 INC는 이번 출구조사에서 여당의 절반 정도 의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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