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에서 ‘한국적인 것’과의 이별을 기대하며

기자 2024. 6. 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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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저출생에 따른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이다. 특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산’ 국가이다. OECD에서 30년간 가족 정책을 연구해 온 윌렘 아데마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저출산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높은 사교육비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며, 15~49세 한국 기혼 여성의 약 31%가 아이 낳을 계획이 없는 주된 이유로 교육비 부담을 꼽았다고 했다. 또한 영국의 인구학 권위자인 콜먼 교수는 “이대로 저출산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이 소멸국가의 첫 대상국이 될 수 있다”며 ‘한국적인 것’과의 과감한 이별을 해법으로 제시한 적이 있다.

필자는 평생 교사로, 지금은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교육계에 내재된 ‘한국적인 것’들에 주목하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4월 ‘대국민 교육현안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한국 교육의 가장 큰 한계로 지나친 입시경쟁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학벌주의’를 꼽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통계청도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43만4000원으로 소득의 10% 이상을 사교육비로 쓰고 있다고 발표했다.

학생 수가 줄어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고 있는 건 학부모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 형편이 자녀 미래를 결정짓고, 제도 개선 및 국가 지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 우려로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편견 역시 ‘한국적인 것’의 하나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를 떠난 학생 수가 5만 명을 넘는다. 견고한 공교육의 작동 원리를 바꾸는 것이 우리에게 늘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어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거나, 학교의 구조를 바꾸고 대안을 상상하는 것 자체를 낯설게 여겨왔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전적으로 부모 노력이나 가정 부담으로 전가하는 건 우리 국가 수준에서 볼 때 가혹한 일이다. 아이가 학교를 떠나면 교육 지원이나 정보는 끊기고 지원 부처도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로 분산·이관돼 체계적 지원이 어렵게 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되고 교육·돌봄·상담·고용 등 체계적 지원이 이뤄져야 고립되는 생활을 막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것이 누구나 능력과 형편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헌법 정신에도 일치한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대안학교나 청소년 시설 등 안전한 공간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정책을 다듬어야 한다. 학교 밖 아이들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 우리의 시민으로 존엄하고 귀하게 대우받아야 하는데, 혹여 차별과 배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하는 사람들부터 성찰할 일이다. 적어도 ‘한국적’ 교육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희망사다리로서의 역할은 못할지언정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사교육 부담에 따른 인구 감소의 주범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범희 금산간디학교 교장

이범희 금산간디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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