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양고깃국이 변한 다디단 ‘양갱’
‘밤양갱’이란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들로 지은 가사와 자극적이지 않아 흥얼거리기에 좋은 가락이 인기 비결인 듯하다. 중독성이 꽤 강한 노래다.
이 노래의 소재가 된 양갱은 ‘양 양(羊)’과 ‘국 갱(羹)’으로 이뤄진 한자말이다. 글자만 놓고 보면 ‘양의 고기와 피 등을 재료로 해서 끓여낸 국’이다.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달콤한 맛의 양갱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이 때문에 양갱의 어원을 두고 다양한 설이 나돈다. “일본의 옛 문헌에 돼지 모양의 저갱(猪羹), 자라를 닮은 별갱(鼈羹), 대나무 형태의 죽갱(竹羹) 등도 나온다”면서 “양갱 역시 일본의 전통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화과자를 굳히는 틀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다가 그중 가장 대표적인 양갱이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인터넷 자료들은 서기 1100년부터 1500년 사이에 중국에서 일본으로 요리법이 전해진 것을 정설로 다루고 있다. 중국에서는 고깃국의 젤라틴 성분을 굳혀 묵처럼 먹던 음식이었으나,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하던 일본에서는 칡가루나 밀가루 등으로 비슷하게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를 곁들인다. 양갱에 팥을 사용한 것은 그 이후로, 조선과의 교류로 팥이 일본에 대량 유입되면서부터라고도 설명한다. 양고깃국이 변한 화과자라니, 놀라운 음식의 진화다.
한편 노래 ‘밤양갱’에는 잘못된 표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가사에서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등으로 쓰인 ‘달디달다’다. “매우 달다”를 뜻하는 표준어는 ‘달디달다’가 아니라 ‘다디달다’다. 따라서 ‘밤양갱’의 노랫말도 ‘다디달고 다디달고 다디단’으로 적어야 했다. “아주 가늘고 작다”를 의미하는 말 역시 ‘잘디잘다’가 아니라 ‘자디잘다’다.
잘못 표기하는 말에는 ‘영양갱’도 있다. 일본에서 먹기 시작해 구한말 때 처음 들어온 것이 ‘연양갱(練羊羹)’이고, 광복 후 국산 제품으로 처음 출시된 상품명도 ‘연양갱’이다. 이런 일본 한자말 양갱을 대신할 우리말은 ‘단팥묵’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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