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귀신 잡는 해병

기자 2024. 6. 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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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후 해병대가 자주 뉴스에 오르내린다. 특히 ‘빨간 명찰’과 ‘팔각모 사나이’로 상징되는 해병전우회의 목소리가 드높다. 해병전우회는 고대 동문회, 호남향우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조직으로 거론된다.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 해병대에서 불렸던 군가와 사가(私歌)들이 우리 사회에 구전돼 왔다. 한 시절엔 막걸리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내들이 젓가락을 두드리며 부르기도 한 노래다. 그러다보니 해병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해병대 군가 몇곡쯤은 쉽게 부를 수 있었다.

‘귀신 잡는 용사 해병, 우리는 해병대/ 젊은 피가 끓는 정열, 어느 누가 막으랴/ 라이라이라이 차차차, 라이라이라이 차차차/ 사랑에는 약한 해병, 바다의 사나이/ 꿈속에 보는 처녀, 나는 너를 좋아해/ 오늘은 어느 곳에 훈련을 받고/ 휴가는 어느 날짜 기다려 보나/ 우리는 해병대 R.O.K.M.C./ 헤이빠빠리빠, 헤이빠빠리빠/ 브라보 브라보 해병대’(군가 ‘브라보 해병대’ 일부).

이인선 작사·정민섭 작곡의 이 군가는 1967년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후 제멋대로 개사되어 사석에서 불려졌다. ‘오늘은 어디 가서 땡깡을 놓고/ 내일은 어디 가서 신세를 지나/ … 때리고 부수고 마시고 조져라. 헤이빠빠리빠’(일명 곤조가) 운운하는 개사곡도 있었다. 과거에는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한 해병대에서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폭력적인 언어가 난무하는 노래도 불렀다. 이 때문에 지금 듣기에는 거슬리는 사가도 많다.

군대는 거칠지만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쳐서 하나가 되어 싸우는 기백이 필요한 조직이다. 지금 ‘귀신 잡는 해병’들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쪽팔리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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