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계기 사태’ 회담서 욱일기 인정 요구”
한국 측 반발에 합의문에선 제외”
일본이 한일 국방장관 간 ‘초계기 갈등’ 재발방지책 합의 과정에서 욱일기 형상 자위함기 사용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가 반발해 합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 도중 자위함기 게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달라고 한국에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이 합의 보류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해 합의 내용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위함기 게양은 그간 한일 양국의 외교적 갈등 요인이었다. 일본이 지난 1954년 채택한 자위대법 시행령은 자위함기를 일장기와 함께 함선에 게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자위함기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일장기의 태양 문양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군기) 모양이어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11월, 한국 정부가 자위함기 게양을 막자 일본이 제주 국제 관함식에 불참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5월엔 이같은 갈등이 벌어지지 않았다.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23’에 참가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했으나, 당시 한국 국방부가 특별히 문제삼지 않은 것이다. 그때 한국 정부는 일본 함정이 자위함기를 달고 입항하는 게 통상적 국제 관례라는 입장을 내놨다.
초계기 사태 관련 사실 관계 규명이 유보돼 ‘봉합’이란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욱일기 인정 여부까지 양국 간 민감한 안보 사안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전날인 1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해 기하라 방위상과 초계기 사태 재발 방지에 합의했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지난 2018년 12월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으며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위협 비행했다고 반박해 사안의 사실 관계가 양국 간 쟁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번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선 초계기 사태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은 유보한 채 재발 방지만 합의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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