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팅 80만원, 안전이별 400만원…연애학원 찾는 2030 ‘모솔들’
매일경제 취재진이 지난 1일 접촉한 한 연애 전문컨설팅 업체의 자신만만한 설명이다. 안전하게 이별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노하우에 대한 댓가는 컨설팅 비용 400만이었다.
이 업체 직원은 “우리쪽 사람이 삼촌 역할을 해서 남자친구를 타이르고 3회차에는 같이 동행하며 남자친구를 완전히 잘라낼 것”이라며 “나머지 2회는 경호 차원에서 귀갓길에 동행해주는 서비스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또다른 연애컨설팅 업체에 ‘지인과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고 문의해봤다. 해당 업체는 곧장 연애 횟수, 나이, 직업군, 상대방을 알게 된 계기, 동거 여부 등 세부사항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업체는 “호감도를 높이는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누적 상담 건수가 수만건에 이른다”며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을 경우 다양한 경우의 수로 세분화해서 상담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연애 상대를 만나고 연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 연애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수요가 생긴 것이다. 연애를 위한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조언해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컨설팅 업체들도 최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애 상담’을 검색하면 전문적으로 연애를 상담해준다는 업체들이 무더기로 등장한다. 업체들은 짝사랑 탈출과 연인과의 관계 개선, 이별 후 재회, 프로포즈 방법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컨설팅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20·30대가 지불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기도 한다. 한 업체는 1시간 상담비로 15만원을 불렀다. 본격적인 코칭에 들어가면 수백만원까지 비용이 든다는 곳도 있었다. 비용이 부담된다고 하자 한 업체는 “20대들은 컨설팅을 받기 위해 비상금 대출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니 연애를 갈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유혹의 기술’ 강좌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업체는 ‘고백 없이 사귀는 법’, ‘특별하게 생각하는 남자 되는 법’ 같은 유튜브 영상을 미리 보기로 보여주고 고액 강의를 듣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20·30 남성 사이에서 인기 있다는 한 업체의 11시간짜리 ‘실전 연애화술’ 실제 온라인에서 7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20대 의대생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안전한 이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이별 통보 대행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 전문 대행업체에 “이별 후 집에 찾아와 윽박지르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싶다”고 토로하자 직원은 남자친구가 의뢰인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혼자 살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면서 “깔끔한 이별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제대로 잘라내야 한다”며 “말이 통할 때 해결을 해야지 독기를 품으면 행동이 더 대담해지고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해 이별을 통보하도록 유도할 경우 현행법 상 강요죄 등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사라지면서 연애 관련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토로하는 어려움 중 첫번째가 관계 맺기”라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설득, 협상, 타협 같은 사회적 기술을 터득하게 되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학습할 기회를 놓치면서 연애 컨설팅을 받는 데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애라는 감정의 힘이 강하다보니 연애 상담에 섣불리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데다 부르는 게 값인 연애 컨설팅을 받기보다 사회적 지지를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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