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성 25% 떨어지는 홀수원전… "3기보단 4기 건설 바람직"

최상현 2024. 6. 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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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대부분 원전, 2기가 한세트"
총괄위 "반드시 준수할 철칙 아냐"
부처협의·심의회 거쳐 최종안 도출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장인 정동욱 중앙대 교수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신규 대형원전 3기를 지어야 한다고 권고한 데 대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원전은 건설 비용 절감과 공용설비 효율화를 위해 2기씩 건설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전기본 확정 과정에서 경제성을 감안해 원전 갯수를 4기로 늘리거나, 2기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2일 전력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전기본에서 추산한 신규 필요설비는 2038년까지 10.6기가와트(GW)다. 이 중 2037~2038년 부족분인 4.4GW는 원전으로 충당한다. 신고리 3·4호기와 신한울 1~4호기와 같은 APR1400 원전의 발전량이 1기당 1.4GW라는 걸 고려하면 신규 원전은 최대 3기 건설이 가능하다는 게 전기본 총괄위원회의 권고다.

◇홀수 건설하면 기당 25% 비용 더 발생=하지만 원전을 홀수로 건설하면 경제성이 떨어져 홀수로 건설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원전에는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시설인 원자로 말고도 폐기물 처리 계통과 폐수 계통, 조작 계통 등의 부가 설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설비는 나란히 세워진 원전 2기가 공유할 수 있어, 이제까지 지어진 대부분의 원전은 2기가 한 세트다. 3기를 계획할 경우 '나홀로 1기'를 따로 짓거나, 하나의 공용 설비를 원전 3기가 동시에 공유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전 1기만을 짓는 비용은 2기 건설 비용의 66% 수준으로 추산된다. 건설 비용당 생산되는 전력이 75%라는 계산으로, 바꿔 말하면 경제성이 25% 떨어진다. 곧 착공 예정인 신한울 3·4호기의 건설공사비인 11조7000억원에 이를 대입하면, 나홀로원전의 건설비는 7조7220억원으로 기존보다 1조8720억원가량 더 든다는 계산이다.

'나홀로 원전'이 현실화되면 비용 부담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떠안게 되고, 이는 곧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원전은 값싼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원자력 정산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68.3원으로 신재생에너지(133.4원)의 절반가량이었고, 전체 평균(123.8원)의 55% 수준이다.

◇확정단계에서 짝수 건설로 수정이 바람직=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보통 원전을 짝수로 짓기는 하지만, 반드시 준수해야 할 철칙은 아니다"며 "1기짜리를 지을 수도 있고, 3기를 동시에 지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팔로버디(Palo Verde) 원전은 3기가 한 세트로 묶인 형태로 지어졌다. 1970년대 건립된 고리 원전이나 월성 원전도 1호기만 먼저 지어진 사례가 있다.

전기본 실무안 동의 단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원전을 2기만 짓는 차선책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이번 전기본에서 계획한 재생에너지 용량(119.5GW)도 한계까지 '영끌'한 것"이라며 "필요 이상 원전을 많이 짓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적정 수준이 3기"라고 강조했다.

전력 수요가 과거 예상을 상회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신규 원전 기수가 2년 뒤 수립될 다음 전기본에서 4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고리·월성 1호기는 처음부터 2호기 후속 건립을 염두에 두고 부지확보부터 공용설비까지 계획했다"며 "요즘처럼 부지 확보를 위한 주민 설득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원전을 1기만 짓는다고 했다가 2기로 말을 바꾸면 '민원 폭탄'에 시달려 완공 지연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실무안이 확정안은 아니다.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하고 나면, 공청회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통해 11차 전기본을 최종 확정된다. 8차 전기본까지 참여했던 강승진 한국공학대 명예교수는 "전기본을 확정하는 절차에서 경제성을 고려한 짝수 원전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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