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전쟁 시대, 과기혁신정책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이제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정신이 없다. 주식 시가총액으로만 보면 미국의 독주가 확연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5위까지 합하면 11조달러가 넘는다. 10위권 기업 중 미국이 아닌 곳은 사우디의 아람코와 대만의 TSMC 정도다. 삼성전자, 네덜란드의 ASML, 중국의 텐센트, 일본의 도요타도 30위권에 있을 뿐이다.
왜 미국이 잘 나가는가. 미국은 과학기술 강국이고 국가혁신시스템이 뛰어나다. 사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미국밖에서 개발된 기술, 해외에서 온 인적자원에 크게 의존한다. 이를 유인하는 것은 큰 시장과 잘 발달된 금융시장이다. 여기에 더해 연방정부, 주정부 모두 기업 유치를 위해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에 맞서 중국은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제조업 고도화, 기술 혁신, 녹색 성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서 서구 기업은 감히 생각 못하는 저가로,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품질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다양한 방법으로 견제하고 있다. 관세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기자동차 관련 법 등을 통해 미국에서의 생산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과학기술, 통상, 산업 정책을 통합한 미국우선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국가간 공정한 경쟁과 무역을 증진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반도체나 2차전지 생산기지를 이전하면 국내 제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 주도의 밸류체인에서 한국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서 생산을 통해 당장은 보조금을 받겠지만 계속 좋을지는 의문이다. AI 시대에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유망 스타트업과 인재가 한국을 떠나고 있지는 않는가. 이제 기술전쟁을 넘어서 돈의 전쟁이다. 미 빅테크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필요한 전력까지 자체 조달하려 하고 있다. 오픈AI의 샘 앨트먼은 무려 9000조를 투자하겠다고 한다.
기술 전쟁, 돈의 전쟁, 강대국들의 정책지원을 통한 글로벌 새판 짜기, AI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 가속화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로 국가 차원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우리 정치나 정책을 보면 현재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TSMC가 투자한 일본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2년 반만에 완공됐는데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의 국내 공장 설립은 하세월이다. 과거 캐치업 전략이 통하는 시기가 아니다. 토끼가 잠을 자야 거북이가 따라잡을 수 있다. 이젠 토끼가 잠을 자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앞서간다. 한번 뒤처지면 끝이다. 단순 경쟁이 아니라 기술 전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연구개발(R&D)을 넘어 통합적 과기혁신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R&D를 잘하더라도 혁신과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계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 상황에서는 R&D는 산업·통상 정책과 통합되어야 하고, 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기술자원을 지렛대 삼아 미중패권 경쟁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부족한 연구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개도국 인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셋째, 기업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는 기업이 있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에서는 지원이 없어 계획된 투자도 지연된다면 미래가 뻔하다. 지금의 기술기업은 단순히 경제적 플레이어가 아니다. 러-우 전쟁에서 보듯이 국가안보도 결국 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 기업들만 혼자 뛰는 것은 아닌가. 국민들의 헌신으로 만든 대한민국, 기술전쟁 시대에 생존하고 더 발전하려면 기업들이 뛰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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