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이어 상속세·금투세도 공론화… 22대 국회 화두로 [불붙은 세제 개편]

이희경 2024. 6. 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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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주택 이상 ‘종부세 중과’ 손질 검토
다주택도 기본세율로 통합 추진
관련 세법 개정안 7월 중 발표
野 띄운 개편론에 대통령실 폐지 추진
3주택 이상 최고 5.0% → 2.7%로 하향
‘징벌적 과세’ 없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민주 “당장 논의하긴 어렵다” 거리두기
국힘, 상속세 완화·금투세 폐지 재추진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 폐지를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폐지 및 재산세로의 통합은 보유세 과세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르는 만큼 중장기 과제로 남겨 두되 일단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을 없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이 종부세 외에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을 공론화하면서 세제 개편이 막 출범한 22대 국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세무서에 종부세 분납신청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인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길 종부세 개편의 우선순위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조치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2주택 이하’에 적용되는 기본세율과 ‘개인 3주택 이상’의 중과세율로 이원화돼 있는 종부세는 단일 세율로 바뀌게 된다.

현행 종부세 과세체계를 보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원 2.0%, 25억∼50억원 3.0%, 50억∼94억원 4.0%, 94억원 초과 5.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이들 구간별로 기본세율이 각각 1.3%, 1.5%, 2.0%, 2.7%인 점을 감안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2배 안팎 높은 셈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이처럼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일종의 ‘징벌적 과세’라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고가의 이른바 ‘똘똘한’ 주택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에 비해 저가의 3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가 세제상 더 피해를 보는 등 과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다주택자를 집값 올리는 부도덕한 이들이라고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됐다. 그 피해를 서민이 입게 된다”면서 “다주택자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이, 임차인이 혜택을 입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자산에 5%에 달하는 매우 큰 세율을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다단계로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구분하는 것도 한국만 가진 특징”이라며 “다주택자 중과를 없애고 세율을 단순화해 종국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는 동시에 세원이 넓은 재산세로 통합해 점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등 보유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론은 이례적으로 정부·여당에 앞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1주택 실거주자 종부세와 관련해 제외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인 재설계’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대통령실이 지난달 말 아예 종부세 폐지 추진을 천명하면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종부세 폐지 검토와 관련해 “종부세가 중산층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이중과세적인 요소가 있는 데다 과거에 징벌적 세금 형태로 도입됐기 때문에 폐지를 포함하여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 남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 폐지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아직 대통령실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건 아니고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종부세의 과도한 부담은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것”이라면서 “종부세의 근본적 폐지는 재산세와의 통합 문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가 도입한 뒤 문재인정부까지 이어지면서 민주당 정권 부동산 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제도다. 민주당이 사실상 ‘성역’에 가까운 종부세를 선제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나선 걸 두고 당 안팎에선 ‘이재명식 실용 정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에도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저소득층과 노인가구 납부를 연기해주는 종부세 완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이날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종부세라는 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1가구 1주택, 실거주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세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민주당발 종부세 개편론에 호응하며 세제 개편론을 띄우는 데는 ‘거리두기’하는 모습이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특검법 등 현안이 너무 많아 당장 종부세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주요 입법과제를 발표하면서 상속세 개편과 함께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 폐지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를 둘러싸고는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한편 세율을 낮추는 등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됐다. 사망자 유산 전체에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이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맞지 않고,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에 할증 평가까지 더해져 최대 60%의 세율이 적용되는 등 상속세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상담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한도 확대, 이른바 ‘밸류업’(가치 제고)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금투세는 폐지하되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실과 소득을 합산한 금액에 20%(3억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단 국내상장주식 및 공모주식형 펀드는 연간 5000만원의 차익까지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야당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하는 만큼 앞으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종부세와 금투세, 상속세는 지금 제도가 적절한지 한 번은 점검이 필요하고, 세제 개편안은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승환·박지원·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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