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오물 풍선에 대북 확성기 논의, 강 대 강 대치만 할 건가
북한이 사흘 만에 또다시 오물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보냈다. 지난 1일 밤부터 바람을 타고 온 풍선은 군이 2일 확인한 것만 760여개에 달한다. 북한은 GPS 전파 교란도 닷새째 이어갔다. 정부는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회의 후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보수 일각에서 요구한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오는 4~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위해 아프리카 30여개 국가 정상들을 초청한 가운데, 한반도 긴장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번에 내려온 북한 풍선에도 담배꽁초·폐지 등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고 군은 전했다. 하지만 안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어 정부는 시민들 접근을 제한하고 군 화생방신속대응팀 등이 해체·수거하도록 했다. 이는 북한이 남측에서 올라가는 대북전단에 대해 취하는 조치와 같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국방성 부상 담화를 통해 남측 민간단체들의 “빈번한 삐라와 오물 살포 행위”에 “휴지장과 오물짝들”로 맞대응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남북관계는 소통 단절에서 상호 중상·비방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다음 단계가 무엇일지 예상할 수 있다. 남북이 지금 상태를 이어가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것이 쓰레기 풍선이 아니라 총알과 포탄이 될 수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해상 군사 충돌 위험이다. 북한은 앞선 국방성 담화에서 남측 해군과 해경의 “해상 국경 침범행위”를 거론하며 수상 또는 수중에서의 “자위력 행사”를 예고했다. 남측의 지난달 백령도·연평도 주변 어업 구역 확대 조치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은 위험한 도발·보복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 사태에는 윤석열 정권 책임도 없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로 응수한 뒤 북한은 합의를 폐기하고 GP 재무장, 지뢰 재매설로 대응했다. 그렇게 점점 고조된 긴장에는 예외 없이 남측의 맞대응이 있었다. 일대일 대응이 불가피한 때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전쟁의 한가운데로 밀어넣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결코 책임 있는 정부라고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국민 생명과 안전을 걱정한다면 안보태세를 굳건히 하면서 북한에 소통 재개를 위한 대화를 제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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