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느낌 없는데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이해한다…입대 D-7, KBO 첫 승보다 군대가 걱정되는 시간[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별 다른 느낌 없는데요.”
키움 히어로즈 우완 김재웅은 2일 고척 SSG 랜더스전에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무조건 마운드에 오르게 돼 있었다. 10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하기에 앞서 1주일간 휴가를 갖는다. 이날 등판은 마지막 등판. 키움은 김재웅이 마운드에 오를 때 김재웅의 테마송이 아닌 이등병의 편지를 내보내 더욱 구슬픈(?)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 김재웅은 입대 전 마지막 등판을 망쳤다. 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김재웅답지 않았다. 괜히 이등병의 편지를 틀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했다. 그런데 김재웅과 달리 조용히 군 입대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 또 한 명의 투수가 있다. SSG 좌완 이기순(21).
이기순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5라운드 42순위로 입단했다. 입단 후 1군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다 이날 처음으로 감격을 누렸다. 3-1로 앞선 4회말 1사 2,3루서 두 번째 투수로 등장, 임병욱에게 1타점 적시타 한 방을 맞았으나 고영우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이용규를 패스트볼로 우익수 뜬공 처리하고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기순은 5회말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이주형과 최주환을 삼진, 김웅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패스트볼 140km대 초반이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좋은 내용을 보여줬다. SSG가 6-2로 스윕하면서, 이기순에게 구원승이 주어졌다.
이기순은 “오늘이 마지막 경기인 걸 아니까, 그것만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김재웅 투수가 등판할 때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가 나온 것은 몰랐다. 못 들었다. 그냥 막고 내려가나 박종훈 선배님이 수고했고 고맙다고 했다”라고 했다.
3년만의 첫 승보다,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입대에 대한 걱정이 크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이기순은 “감정은 별 다른 게 없다. 그래도 군대에 가기 전에 첫 승을 해서 좋다. 좋은 기분으로 1년 6개월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그러나 슬픔을 한가득 먹은 얼굴이었다. 이기순은 “상무에 좋은 선수가 많다. 많이 찾아가서 괴롭힐 생각이다. 상무에서 기량발전을 하고 돌아오는 선수가 되고 싶다. 체력도 늘려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하려고 한다. 가기 전 일주일 동안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짐도 하나도 못 챙겼다”라고 했다.
데뷔 첫 승이 기쁠까.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입대가 착잡할까. 이기순은 “1승 했지만 군대도 가야 하는데, 기분은 좋은데 아무리 상무라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상무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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