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R&D 예타 제도 '폐지'와 환경의 변화

파이낸셜뉴스 2024. 6. 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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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사회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격화되는 국제 기술패권 시대에서 우리의 승부수는 과학기술 역량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략적 적시성과 선제적 투자, 치밀한 기획이 요구되며, 예타 제도 '폐지'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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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건국대학교 교수
과학기술이 사회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민간과 정부가 분담하는데, 기술 선진국들도 이전 시기보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에도 가장 중요한 단계가 예산의 정확한 배분이다. 그래서 예산 배분 능력이 과학기술정책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며, 규모의 대형화, 기획의 선도성 뿐 아니라 재정의 건전성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같은 전제 하에 우리나라는 2008년도부터 연구개발(R&D) 분야에 사회간접자본에서와 같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운용해 오고 있다.

최근 정부에 의해 '폐지'로 정리된 예타 제도는 그동안 불요불급한 사업을 가려내고, 규모를 조정해 국가재정의 수문장(gate keeper)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예산의 팽창 경향, 파편화, 적시성 확보, 문지방 효과 등 운영 상의 어려움을 겪어왔고, 긴 심의 기간과 높은 통과 난이도는 관련 기관들의 생태계에 재정 건전성 확보의 목표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 점도 있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가 수 차례의 개선안을 통해 지난 5년간 기술 유형의 세분화, 경제성·과학기술성·정책성 간의 가중치 조정, 기술비지정형 신설, 기간과 규모의 스케일 조정 등을 통해 그간 지적되어 온 문제점들을 개선해온 점은 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격화되는 국제 기술패권 시대에서 우리의 승부수는 과학기술 역량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략적 적시성과 선제적 투자, 치밀한 기획이 요구되며, 예타 제도 '폐지'는 우리가 처한 환경에 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즉, 그간의 제도가 잘못 운영되었다는 것이 아니며, 점진적 개선이 최소한 차선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함도 아니다. 오히려 상당한 리스크를 가진 '전략적 선택'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격화되는 기술 패권 시대에 우리의 강점인 과학기술 역량을 통한 성장을 위해선 보다 민첩해진 제도의 틀과 운영을 통해 획기적 투자와 재정 건전성을 동시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 앞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예타의 '폐지' 이후 대체되는 심의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이 틀속에서 과학기술 예산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부처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부처들은 일정한 지출 한도를 중심으로 증액과 조정의 신축성에 동의해 줘야 한다. '폐지'라는 용어 선택이 주는 혼란도 있으나, 새 제도가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양 부처에 의해 미래적 환경에 부응하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특별히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신 르네상스가 펼쳐지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김준모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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