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대만 반도체 동맹이 글로벌 AI 미래 이끈다"
엔비디아와 TSMC는 '한몸'
AI 가속기 모두 TSMC서 생산
칩설계와 후공정도 대만이 1위
"경제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컴퓨텍스 2024' 4일 개막
명맥만 이어오던 박람회였지만
대만이 '반도체·AI 패권 쥐며
빅샷 다 모이는 글로벌 행사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태운 비행기가 대만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출국일은 오는 7일.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미국 기업의 CEO가 꼬박 2주일을 ‘아시아의 변방’에 할애한 것은 단순히 그의 고향이 대만이어서가 아니다.
대만이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좌우하는 ‘제2의 헤드쿼터’여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중심으로 꾸려진 대만 반도체 생태계는 엔비디아와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별도 공장 없이 반도체를 설계만 하는 엔비디아는 개별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물론 여러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한데 묶은 ‘인공지능(AI) 가속기’ 생산을 TSMC에 맡긴다. TSMC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순간 엔비디아의 질주도 꺾인다는 얘기다. 지난 1주일 동안 대만 반도체 거물들을 잇따라 만난 황 CEO가 “세계 AI의 중심은 대만”이라고 치켜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만에 모인 ‘반도체 스타’들
4일 개막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는 ‘대만 반도체의 힘’을 한눈에 보여주는 행사다. 황 CEO를 비롯해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리사 수 AMD CEO 등 세계 반도체 업계를 이끄는 ‘빅맨’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대만 IT 기업들이 힘을 잃으면서 명맥만 이어오던 컴퓨텍스가 ‘세계 최대 반도체·IT 박람회’로 거듭난 배경에는 2010년 이후 반도체와 AI가 있다. “반도체 부품부터 (AI 가속기 등) 완제품 조립까지 AI와 관련한 모든 하드웨어는 대만에 있다. 서울, 실리콘밸리, 싱가포르에선 찾을 수 없다. 오직 대만에만 있다”(컴퓨텍스를 주최하는 대만대외무역발전협회의 제임스 황 회장)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장이 아니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애플, 인텔, 퀄컴, AMD 등 거의 모든 빅테크가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 일감의 62%(올 1분기 기준)를 도맡고 있다. 빅테크들은 일감을 주면서도 “먼저 만들어달라”고 애원한다. 그래서 TSMC는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로 불린다.
경쟁력은 압도적인 수율과 납기 정확도다. 반도체 업계는 TSMC의 핵심 공정 수율을 약 80%로 추정한다. 웨이퍼 100장을 투입하면 정상품이 80개 나온다는 얘기다. 파운드리 세계 2위인 삼성전자의 수율은 이보다 상당폭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납기를 맞추기도 어려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언제나 계약 물량을 약속한 시기에 정확하게 입고한다”며 “납기 지연, 제품 불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TSMC를 찾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후공정·디자인도 세계 최강
그렇다고 TSMC가 대만 반도체의 전부는 아니다. 대만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강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1위는 퀄컴이 아니라 대만 미디어텍이다. 디스플레이칩 설계 부문 챔피언은 대만 노바텍이다. ASE는 패키징(후공정) 부문 세계 1위다. 파이슨은 컨트롤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대만의 반도체 파워를 얘기할 때 디자인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디자인하우스는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가 설계한 도면을 생산공정에 들어맞게 다시 그리는 업체를 말한다. 대만에는 이런 디자인하우스가 200개 넘게 있다. TSMC를 중심으로 팹리스, 디자인, 후공정 분야가 짜임새 있게 조직됐다는 얘기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만 반도체 생태계에 편입하기 위해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는 1조원을 투자해 대만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고 있고, AMD도 2100억원을 투입해 대만에 아시아 첫 R&D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궈즈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은 AI 칩과 서버로 향후 50년간 먹고살 수 있다”며 “대만을 ‘경제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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