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이기고, 팀으로 진다“…LG 엔스의 마음을 움직인 ‘원팀 정신’[스경x현장]
디트릭 엔스(33·LG)는 지난 3월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엔스는 ‘디펜딩 챔피언’ LG의 1선발 투수로서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호투로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3.2이닝 5실점(2자책)을 기록한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엔스는 꾸준하지 못했다. 제구력에 문제점을 노출하며 난타를 당하는 경기도 종종 나왔다. 평균자책도 5점대로 치솟았다. LG는 엔스와 케이시 켈리가 동반 부진하자 외국인 투수 교체를 고민했고,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으로 떠나 새 외국인 투수를 물색 중이다. 공교롭게도 엔스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4안타 1볼넷 9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친 엔스는 2일 잠실 두산전에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호투를 이어갔다. 이날 그는 6이닝 동안 최고 시속 152㎞ 직구 60개 포함 커터 24개, 체인지업 6개, 슬라이더 5개, 커브 5개 등 100구를 던져 2안타(1홈런) 3사사구 6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상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에게 6회말 1점 홈런을 허용한 것이 유일한 실점이다. LG는 엔스의 역투에 힘입어 두산을 9-1로 꺾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엔스는 경기 뒤 “타자와의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며 “직구와 커터 등 모든 구종을 원하는대로 던지는 데 특히 집중했다”고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한 엔스는 직전 경기들과 차이점을 ‘릴리스 포인트’에서 찾았다.
그는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을 땐 팔 높이가 낮아 볼끝의 힘이 좋지 않았고, 직구 커맨드도 잘 안돼 안타를 많이 허용했다”며 “투수코치님과 상의해서 릴리스 포인트를 올렸는데, 그 작은 변화가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다”고 짚었다.
뜻대로 공을 던지지 못해 멘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한 엔스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좋지 않을 때도 있다”며 “그 안에서도 분명 배울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주변에서 도왔다. 특히 선수단 리더 격인 김현수나 오지환이 강조한 ‘원팀’ 정신에 깊이 공감했다.
엔스는 “전력분석을 포함한 코치진이 늘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도와줬다”며 “‘우린 항상 팀으로서 이기고, 팀으로서 진다’는 김현수, 오지환 선수의 자세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팀으로 뭉쳐서 좋은 야구를 하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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