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일까, 데뷔 후 첫 승이 군입대 전 마지막 경기라니…SSG 이기순 “이 기분으로 1년6개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스경X현장]
SSG 좌완 이기순(21)이 군입대를 앞두고 고대하던 첫 승리를 올렸다.
이기순은 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경기에서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4회 1사 1·2루에서 선발 박종훈이 김건희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1-3으로 좁혀지자 이기순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기순은 임병욱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한 점을 더 내줬지만 고영우와 이용규를 범타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SSG 타선은 5회초 3점을 뽑아내며 더 달아났고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기순은 무사 1·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가 이주형, 최주환을 연속 삼진 아웃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두개로 늘렸고 김웅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SSG가 6-2로 승리하면서 이기순이 승리 투수가 됐다. 이기순이 승리를 올린 건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42순위로 지명 받아 SSG에 입단한 이후 처음이다.
1군 기록이 지난 시즌 2경기에 불과했던 이기순은 올시즌 고효준이 자리를 비우면서 기회를 받았다. 1군에서 오른 10번째 경기에서 고대하던 첫 승리를 올렸다.
하지만 이제 이기순은 1군에서 볼수 없다. 지난 겨울 상무에 지원을 했던 이기순은 상무에 최종 합격해 6월10일 군입대한다. 이숭용 SSG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다. 이기순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배들에게 작별 인사도 했다.
이기순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승리 공도 챙겼다. 이기순은 복잡 미묘한 심정이었다. 그는 “승리에 대한 별 느낌은 없다”라며 “그래도 군대 가기전에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분으로 1년 6개월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쉬움이 더 많았던 1군에서의 시간이었기에 돌아온 뒤에는 더 큰 역할을 맡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2군에서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올해 많은 경기를 뛰었는데 아쉽기도 하다”라며 “그대로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기량 발전을 하고 돌아와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군 입대 후에는 “체력적인 부분도 늘리고 많이 보완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 연습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착잡한 느낌도 있다”던 이기순은 “여기서 야구를 하고 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SSG 투수 선배들은 제대로 고별 이벤트를 해줬다. 박민호가 이기순을 번쩍 안아 들어 그라운드에 데려갔고 오원석 등 다른 투수 선배들이 얼음물세례를 쏟아부었다. 또 다른 투수는 로진을 그의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흠뻑 젖은 채로 입대 전 1군에서 마지막 경기를 마무리했다.
고척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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