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상장' 2차전지 ETF···수익률 반토막

심기문 기자 2024. 6. 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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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식으로 신상품을 내놨던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대 50%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은 개미들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2차전지 열풍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5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은 2차전지 ETF를 총 1조 17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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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TOP10' 올들어 50% 하락
ETF 13개 중 7개 작년 신규 상장
시장기류 편승해 테마성 내놓은 탓
"업황 내리막···당분간 반등 어려워"
[서울경제]

지난해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식으로 신상품을 내놨던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대 50%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은 개미들의 수익률에도 비상이 걸렸다. 투자자 수익률에 대한 고민 없이 ‘뒷북 상장’한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2차전지TOP10 레버리지 ETF’는 올 들어 50.49% 하락했다. 국내 상장 ETF 중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는 43.69%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하락률 2위를 기록했다.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ETF’,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 역시 각각 34.70%, 25.58%를 기록하는 등 2차전지 ETF 대부분이 20~30%대의 손실을 나타냈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2차전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탓에 ETF에 투자한 개미들 역시 큰 폭의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2차전지 열풍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5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은 2차전지 ETF를 총 1조 171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4% 하락한 ‘TIGER 2차전지소재Fn ETF’를 7040억 원어치 사들였고, 40% 넘는 하락폭을 기록한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ETF’에도 2252억 원 상당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를 두고 2차전지 열풍에 ‘뒷북 상장’에 나선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자산운용 업계는 2차전지가 역대급 인기몰이를 이어가자 뒤늦게 관련 ETF를 상장했다. 13개 중 7개가 지난해 상장한 신상품이며 이 중 6개는 하반기 이후에 출시됐다. 이는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지난해 7월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 이후다. 변동성이 극심해져 증권업계에서도 ‘매도’ 의견이 줄을 잇는 와중에도 자산운용사들은 오히려 경쟁적으로 관련 ETF를 출시한 것이다. 당시 자산운용사들은 단순히 2차전지 관련 테마뿐 아니라 양극재, 포스코 그룹 등에 초점을 맞춘 테마성 상품을 연달아 내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투자자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순히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상품을 내놓았던 부작용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ETF는 올 들어 처참한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투자 전문가들은 여전히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반등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지난달 30일 코스피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주가가 32만 6000원까지 떨어져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지난달 30일과 31일 모두 주가가 맥을 못 추면서 연이틀 신저가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한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주가 고점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여전히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담이 큰 상태”라며 “상반기를 바닥으로 실적이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 양극재 판가 하락, 유럽·신흥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 점유율 하락 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이 쉽게 정상화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S&P 글로벌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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