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당 부활’ 국힘 전대 쟁점으로···유승민은 대안 제시, 친윤은 침묵

조미덥 기자 2024. 6.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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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해태상이 등 돌린 민심을 대변하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24.05.28. 조태형 기자

지구당 부활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이슈에 수도권 당권주자들이 호응하고 지구당 부활을 원하는 원외 조직위원장(당협위원장)들이 화답했다. 2004년 지구당을 폐지한 ‘오세훈법’을 발의한 주인공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김기현 전 대표는 반대론을 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지구당 부활이 아니라 모든 정치인에게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하는 형태의 대안을 제시했다. 친윤석열계 현역 의원들은 지구당 부활에 탐탁지 않으면서도 유력한 당권주자도 내지 못한 상황이라 눈치싸움만 하고 있다.

지구당 부활은 지난달 28일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당선·낙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언급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나경원·윤상현·안철수 의원 등 수도권의 원내 당권주자들이 호응했다. 윤 의원은 자신의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지구당 부활안을 제출했다.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여야가 합심해 입법에 나서라”고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사무처에 지구당 부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지구당을 부활시켜 원외 위원장들도 현역 의원처럼 지역 사무실을 두고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게 하자고 한다. 현역의 기득권을 줄여 새롭게 정치에 뛰어든 신인들이 당협위원장이 됐을 때 활동할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을 사실상 지역 사무실로 쓰는 등 편법을 양성화하는 면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지만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하는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지구당 부활은 비영남 당권주자들의 득표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영남·강원을 제외한 지역에선 대다수가 원외라서, 현 원외 위원장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지구당 부활이 유효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31일 SNS에 지구당을 “토호의 온상”,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이권에 개입하는 먹이사슬”로 표현하며 “미국처럼 당대표 없이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 고비용 정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당이 부활하면 당대표 중심으로 수직화된 정치가 더 심화되고, 예전의 부작용도 함께 부활할 것이란 의미다.

반대파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위원장 표심을 노린 것”(홍준표 대구시장) “전당대회 득표만을 위해 선심성으로 남발할 문제가 아니다”(김기현 전 대표) 등 지구당 부활을 띄운 한 전 위원장의 의도를 공격하기도 한다. 또 지구당 부활이 정치인들의 문제지 서민들의 삶과 관련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2일 SNS에 “원외 위원장에게만 지구당과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면 위원장이 아닌 정치 지망생들에게 불공정한 진입장벽이 또 생긴다”며 모든 정치인에게 한도를 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관리 하에 후원금 모금을 허용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직 의원과 비현직 모두에게 평평한 운동장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찬반 주장에서 탈피해 개혁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친윤계는 물밑에서 지구당 부활에 반대하면서도 김 전 대표 외에 공개 발언엔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당권주자로 나설지 고민하는 중진들은 원외 위원장들의 표를 의식해 입장 표명을 꺼린다. 다른 친윤계 의원들도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면 대세론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반기를 들지 않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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