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간 이식 환자, 2주 넘게 생존 첫 확인

이식용 장기를 얻는 데 사용되는 동물 돼지. 게티이미지뱅크

장기이식을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간을 이식받은 중국의 70대 남성이 이식 2주를 넘긴 시점에서 무사히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돼지 간 이식을 받은 환자가 생존한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2일 의학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중국 안후이의대 제1부속병원에서 돼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71세 환자는 수술 2주 이상 지난 후에도 생존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식 12일째 실시한 조직검사에선 이식된 간에 대한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간 기능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 피시맨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MGH) 교수는 "장기가 거부반응을 겪고 있다면 이런 좋은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전했다.

병원 측은 수술 경과에 대한 대다수 세부사항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식수술을 집도한 쑨베이청 한우이의대 제1부속병원 교수는 "환자는 매우 좋은 상태"고 설명했다.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는 간 우엽에 큰 종양을 갖고 있었다. 종양은 신체의 다른 부위로는 전이되지 않았지만 좌엽만으로는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8시간에 걸친 수술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간 우엽을 제거했다. 이어 생후 11개월, 몸무게 32kg인 어린 유전자 변형 돼지에게서 얻은 514g짜리 간으로 대체했다.

이번에 사용된 유전자 변형 돼지는 이식 후 발생하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10종류의 유전자 변형 처리가 이뤄졌다. 인간면역체계가 공격하는 돼지 세포 표면의 유전자 3개를 비활성화하고 인간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 7개가 기능하도록 했다. 이식 수술 전 이뤄진 돼지 간 검사에선 앞서 시술 두 달 만에 사망한 돼지 심장 이식자의 합병증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최근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2022년 초부터 돼지의 심장, 신장, 폐 등의 장기가 총 4명에 환자에게 이식됐다. 세 명은 이식을 받고 몇 달 후 사망했다. 다만 이들의 사망 원인이 기존에 악화됐던 건강 상태 때문인지 아니면 장기 이식으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4월 중순에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한 환자는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