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낼때"···'이 휴전안' 꺼낸 바이든

◆3단계 로드맵 제시
6주간 정전·인질 교환·방위군 철수
이스라엘 국민·하마스 찬성에도
네타냐후 '완전한 궤멸' 고집 번복
성사 미지수 혼란만 되풀이 우려

1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시위에서 대형 현수막을 든 시위대가 이스라엘 내각에 인질 협상에 서명하고 조기 선거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125명의 이스라엘 인질이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전쟁을 끝낼 때”라며 이스라엘이 새로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하고 하마스가 이를 따를 것을 촉구했다. 9개월째 이어진 가자 분쟁의 종식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커지며 국제사회는 물론 이스라엘 대중도 크게 열광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 발표 하루 만에 ‘하마스가 제거되지 않는다면 영구 휴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으로 돌아서며 혼란은 다시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지속적인 정전과 모든 인질의 석방을 담은 새로운 로드맵을 제안했다”며 “이 제안은 카타르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마스는 휴전을 원한다고 말해왔으니 이 협상은 그 말을 증명할 기회”라고 결단을 촉구했다.

제안된 로드맵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6주간의 완전 휴전과 함께 시작되는 1단계에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된 여성·노인·부상자 등의 인질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포로를 풀어준다. 또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에서 철수하고 국제사회는 하루 600대 분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 기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해야 하는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협상을 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길어질 경우 정전 상태는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협상이 완료돼 2단계에 도달하면 모든 생존 인질은 풀려나고 이스라엘군은 가자에서 완전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단계에는 가자지구의 재건이 진행됨과 동시에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유가족에 송환한다.

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안된 휴전안을 두 전쟁 당사자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은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제안했다며 휴전 가능성에 힘을 싣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실은 백악관 발표 직후 “제안을 승인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다음날인 1일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 파괴를 포함해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모든 계획은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고무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디언은 “미국은 발표 내용과 이스라엘의 성명이 충돌하지 않는다지만 네타냐후의 발언은 그가 제안의 저자가 아니라 마지못해 참여한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는 ‘완전한 승리’ 즉 하마스 궤멸을 주장하는 이스라엘 연립정부 내 극우 인사들의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마스 역시 이번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지만 과거 급격히 입장을 바꾼 전력이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달 전 카이로 회담에서 테이블에 올랐던 계획과 기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당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영구 휴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중재국들의 수개월에 걸친 노력에도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 다만 이번 휴전안은 1단계 휴전을 진행하면서 2단계 분쟁 종식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협상이 계속되는 한 휴전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는 한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이번 제안으로 휴전을 위한 물꼬가 다시 터졌다는 것 역시 희망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깜짝 발표가 매주 ‘전쟁 종식’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는 이스라엘 대중들을 환호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1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는 바이든 지지 팻말을 든 시위대들이 몰려 나와 거리를 메웠고 “총리가 협상을 방해하도록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