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1.4조에 비자금 논란… 자금마련 초비상

장우진 2024. 6. 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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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세기의 이혼소송 후폭풍
최태원, 확정땐 하루 이자 2억
노소영 "경영권보다 사회공헌"
조국·홍준표 등 "비자금 덕분"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에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로 1조382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결과가 나와 SK그룹 지배구조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재계 이목이 집중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2심 결과가 유지될 경우 최 회장은 천문학적인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연이자만 하루에 2억원에 가깝기 때문에, 최 회장은 곧바로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을 비롯해 지주사인 SK㈜ 주식까지 일부 매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에서는 당장 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상고를 받아들일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SK그룹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유입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중 가장 비중이 높은 SK㈜ 주식의 지분가치(상장사 기준) 총액은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2조2863억원이며, 이 밖에도 최 회장이 약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SK디스커버리와 SK텔레콤, SK케미칼 등 상장사 지분을 합치면 2조2905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SK실트론 지분 29.4%를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치는 현재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현금화 할 가능성이 현재 가장 유력하지만,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돼 실제 매각대금은 1조원보다 한참 적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주주의 경우 비상장사 지분 매각 시 최대 27.5%(지방소득세 포함)의 높은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이 뿐 아니라 최 회장은 현재 보유 SK㈜ 주식 중 57.8%에 해당하는 750여만주에 대해 질권설정을 포함해 주식담보대출 받은 상태로, 이를 통한 자금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항소심 결과가 그대로 확정되면, 최 회장은 그날부터 돈을 다 낼 때까지 하루에 1억90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재판부는 상속 재산 등을 포함해 고유 추정재산으로 최 회장 측 3조9883억원, 노 관장 측 232억원 등 약 4조115억원으로 추산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다.

우선 1조38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금에 대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즉각 상고를 예고한 만큼 지연이자가 바로 붙지는 않는다. 이 외에 위자료와 관련해서도 지연손해금만 거의 연간 1억여원에 이른다.

재계에서는 대법원 상고 여부와 함께 항소심 결과가 확정될 경우 노 관장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지만, 이제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며, 경영권보다 사회공헌 쪽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노 관장이 자녀(장남 최인근 씨, 장녀 최윤정 씨, 차녀 최민정 씨) 경영 승계를 원할 경우 지원사격용 실탄으로 쓸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장녀 윤정씨는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며, 차녀인 민정씨는 SK하이닉스에서 퇴사해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인테그랄 헬스'를 공동 창업했다. 장남 인근씨는 SK E&S 미국 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북미 에너지솔루션 사업 법인 패스키에서 근무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정치권 이슈까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심 재판부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 회사의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고 명시한 것이 불씨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당시 사돈이었던 노 대통령의 도움 없이 SK는 지금 같은 통신재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또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2심 판결결과를 묻는 질문에 "선경섬유가 SK통신재벌로 큰 계기는 노 대통령이 이동통신업자로 SK를 선정해 주었기 때문"이라며 "그 정도 재산분할은 각오해야"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관장 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2심 결과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자금 300억원 유입설에 대해 "오늘 판결로는 이 자금이 비자금이라고까지 인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가 답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 측 변호인단은 "아무런 증거 없이 일방적 편견과 예단에 기반해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흔드는 판결에 동의할 수가 없다"며 "특히 6공(共) 비자금 유입과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도 없어 재판부의 판단 근거를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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