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의 테크픽] 답변 넘어 목표까지 스스로… `AI에이전트` 급부상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 중 하나다. AI 성능과 지속가능성 모두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우리 정부 주최로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된 'AI 글로벌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AI 분야에서 현재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는 인프라·모델보다 앞으로 애플리케이션 영역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에이전트의 개념은 아직 보편적인 수준으로 정의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동적인 소프트웨어(SW)라는 점에서는 인터넷 확산 시기부터 이어져온 '지능형 에이전트' 개념과 같고, 자율적인 로봇 기술도 포함될 수 있다. 때문에 기존 애플 '시리' 같은 가상비서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뿐 아니라 일반적인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챗봇 서비스와 구분 짓기도 한다.
◇단순 답변 No…목표 주면 스스로 해낸다
최근에는 SW와 웹 플랫폼 전반에서 사람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기반 도구를 지칭하는 추세다. 챗GPT를 비롯해 생성형AI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을 거듭하는 덕분에 AI에이전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에게 단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는 것을 넘어, 목표를 설정해주면 그 달성까지 필요한 작업을 데이터 기반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독립적으로 선택·조정·실행토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AI·자율에이전트 시장은 지난해 48억달러(약 6조6480억원) 규모로 평가됐으며, 연평균 43% 성장해 2028년에는 285억달러(약 39조4725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 애플리케이션 채택 증가, 병렬 컴퓨팅 리소스의 접근성 향상, 자율주행·헬스케어 발전 등이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됐다.
◇화제 모은 오토GPT…GPT-4o와 시리 조합 '주목'
이미 지난해 3월 깃허브에 공개된 '오토GPT'가 화제가 된 바 있다. GPT-4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프롬프트를 자율적으로 생성하며 주어진 목표까지 작업을 수행한다. 다만 사용자가 파이썬 언어를 쓸 줄 알아야 하고, 실행이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반복되는 작업에 갇히기도 했다. 이밖에도 AI에이전트 관련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GPT-4와 파인콘(Pinceone)의 벡터 데이터베이스(DB) 및 이들을 잇는 랭체인(LangChain) 도구로 구성된 '베이비AGI'가 있다.
AI 선두주자들도 AI 에이전트의 가능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픈AI도 AI에이전트 2종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지난 2월 전해진 바 있다. 업무 문서를 분석해 엑셀 스프레드시트로 데이터를 옮기는 등 복잡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에이전트와, 여행 일정 작성·예약 등 작업을 웹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로 알려졌다. 나아가 멀티모달 입출력이 강화된 GPT-4o가 애플과의 계약으로 시리 등에 녹아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구글, '프로젝트 아스트라' 추진…네이버도 관련 협업 행보
구글은 검색과 업무 환경 모두에서 밥그릇을 놓치지 않으려면 AI에이전트를 위해 갈 길이 바쁘다. 딥마인드를 중심으로 AI에이전트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구글 I/O 행사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 주변세계를 인식할 수 있는 AI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Astra)'를 발표했으며, AI에이전트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내에서도 AI에이전트 관련 소식이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이퍼클로바X' 출시와 함께 일종의 플러그인인 '스킬' 시스템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광범위한 협력을 바탕으로 자사 LLM 도입·협력기업과 함께 특화 AI에이전트를 개발하는 협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최근 솔트룩스는 구글 검색의 새로운 경쟁자인 퍼플렉시티AI(Perplexity AI)처럼 생성형AI 검색 경험을 제공하고 심층 리포트도 만들어주는 '구버(Goover)'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밖에 라이너, 스캘터랩스 등 국내 AI스타트업들도 AI에이전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특화 AI에이전트 '다중 협업 모델' 부상
앤드류 응 교수는 클라우드상의 거대한 LLM을 직접 이용하는 것보다 다양한 특화 AI에이전트를 조합하고 반복적인 조정을 거치면 더 나은 퍼포먼스뿐 아니라 전력소모 등도 줄어 지속가능성도 개선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중 에이전트 협업이 주요 AI 에이전트 설계 패턴으로 부상했다. SW 개발과 같은 복잡한 작업이 주어졌을 경우 SW엔지니어, 제품관리자, 디자이너, QA(품질관리)엔지니어 등 다양한 역할로 세분화해 각 에이전트가 서로 다른 하위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멀티 에이전트 디자인 패턴이 개발자에게 복잡한 작업을 하위 작업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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