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앞유리 와장창, 370km 떨어진 포항 해수욕장서 발견… '오물 풍선' 피해 속출

이종구 2024. 6. 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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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적재물에 화학물질 같은 걸 담아 보내면 어쩌죠?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무더기 살포로 주택가 차량이 파손되는 등 실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인명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오물 풍선이 수도권 주택가는 물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서관, 거리, 해수욕장 등까지 덮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량 앞 유리가 깨진 경기 지역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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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없으나 "화학물질 넣으면" 주민 불안
무게 5kg 이상… 사람 직접 맞으면 다칠 수도
2일 오전 10시 22분쯤 경기 안산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 떨어져 유리가 박살나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풍선 적재물에 화학물질 같은 걸 담아 보내면 어쩌죠?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최모(43)씨는 2일 가슴을 쓸어내렸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이 또 한 번 서울을 비롯해 전국을 뒤덮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북한의 오물 풍선 무더기 살포로 주택가 차량이 파손되는 등 실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오물 풍선 무게가 5kg 이상으로 파악돼 떨어질 때 사람이 직접 맞으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0시 22분쯤 경기 안산 단원구 한 빌라 주차장 차량 앞 유리가 오물 풍선으로 산산조각 났다. 비슷한 시간 안양 만안구 한 시장 근처에도 오물 풍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떨어졌다.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휴일이 아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만 600여 개의 오물 풍선이 수거됐다. 서울도 동대문 한국외대 캠퍼스 등 25개 자치구 대부분 지역에서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오물 풍선 96개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도서관 앞에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보이는 오물 풍선 잔해 추정 물체들이 흩어져 있다. 연합뉴스

오물풍선은 충북, 경북 등 지방 곳곳으로도 날아갔다. 충북 청주와 충주 등에서 7건, 강원 홍천과 원주 등에서 4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산악 지대나 농지였다. 멀게는 접경지역에서 370km 떨어진 경북 포항까지 바람을 타고 뻗어 갔다. 이날 오전 10시 9분쯤 포항 송라면 화진해수욕장 인근 군부대 훈련장 건물로도 오물 풍선이 떨어져 경찰이 군부대로 인계하는 등 경북에서 11개가 발견됐다.

오물 풍선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가운데 오인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54분쯤 충북 충주 앙성면 인근 철도역에서 “하늘에서 포대 같은 물체가 떨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확인 결과 농업용 폐비닐을 신고자가 오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낮 12시 33분쯤 청주 흥덕구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는 기상관측장비였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2일 오전 10시 9분쯤 경북 포항시 송라면 화진해수욕장 인근 군부대 훈련장 건물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있다. 경북도 제공

아직 인명 피해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오물 풍선이 수도권 주택가는 물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서관, 거리, 해수욕장 등까지 덮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구 구민 이종수(65)씨는 “오물 풍선 피해는 접경지역 얘기로만 생각했는데, 우리 고장까지 날아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놀랐다. 강경희 포항 송라면사무소 주민복지팀장도 “풍선 발견 즉시 경찰과 협의해 조치했다”면서도 “휴전선 너머에서 날린 풍선이 포항까지 오는 건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물 풍선의 무게는 5kg 이상으로 직접 맞으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각 지차체는 오물 풍선 발견 시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고 떨어진 오물 풍선 발견 시 접촉하지 말고 군(1338)과 경찰 (112)등에 신고해달라는 내용의 안전 안내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이번 사태로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파주 최북단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 통일촌마을의 이완배 이장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농번기철 출입통제가 강화되기라도 하면 애꿎은 우리 농민들만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다.

1일 오후 9시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캠퍼스에 북한의 오물 풍선이 떨어져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독자 제공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계속될 경우 피해가 잇따를 전망이지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상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량 앞 유리가 깨진 경기 지역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 승용차 차주가 가입한 보험회사 측은 보상이 가능한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청주=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포항=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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