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금강 세종보 농성장 찾아든 새끼 박새…정부는 ‘재가동’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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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새 지저귀는 소리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세종 한두리교 아래 천막농성장에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천막 옆 다리 교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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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새 지저귀는 소리였다. 지난달 30일 오전 세종 한두리교 아래 천막농성장에서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천막 옆 다리 교각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막에서 보니, 교각 구멍에 새끼 박새가 살고 있더라고요. 한달쯤 지나 제힘으로 날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천막 사람들 가슴팍에 휙 날아와 앉아요. 우리한테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응원하는 것 같았습니다.”
농성장은 세종보 상류 800m 지점 다리 아래에 있다.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물에 잠기는 강변 둔치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4월29일 이곳에 ‘배수의 진’을 쳤다. 정부가 예고한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서다. 보 재가동을 위한 사전 작업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환경부 담당과장은 “언제든 재가동할 수 있게 설비 수리를 끝냈다”고 말했다.
지난 한달, 천막농성장엔 200명이 넘는 이들이 다녀갔다. 환경운동가도 있고 평범한 시민들도 있었다. 50여명은 노숙을 함께 하며 천막을 지켰다. 한겨레가 찾아가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밤엔 정정환·한상훈 한국수달네트워크 공동대표와 최상두 수달친구들 대표가 천막에서 잤다.
비가 오고 강물이 불어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 밤새 내리는 장대비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강을 버리고 도망갈 수 없었다”고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말했다. 다행히 강물은 천막을 덮치지 않았다.
넋 놓고 천막 안에 앉아만 있을 순 없었다. 농성 6일째, 임 활동가와 박 처장,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써서 기록으로 남겨야 운동이 되고 역사가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농성장에 앉아 유튜브 라이브방송도 했다. 그렇게라도 알려야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금강은 망가졌다가 다시 살아난 강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6년 전 세종보 수문이 완전히 열린 뒤 금강은 경이롭게 제 모습을 찾아갔고, 떠났던 생명이 돌아왔어요.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 우리도, 환경부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천막을 친 건 사실 우리 의지가 아니에요. 이 정부가 우리를 여기까지 내몬 거죠.”
농성장을 찾아온 이들 중엔 정치인도 있었다. 세종이 지역구인 강준현(더불어민주당)·김종민(새로운미래) 의원, 공주가 지역구인 박수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들은 천막에 앉아 한목소리로 “세종보 재가동을 우리도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4개 야당 국회의원 10여명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 폐기에 대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농성장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총선에서 확인된 민의다. “보 개방과 강의 재자연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그것을 윤석열 정부가 ‘비정상’이라 낙인찍어 뒤엎어버렸어요. 그걸 민주당이 보고만 있는다?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임도훈 활동가의 말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수년에 걸쳐 조사하고 평가하고 논의해 결정한 보 처리 방안을 한순간에 폐기해버렸다. 민주당이 나서지 않으면 ‘죽은 강’에 대한 책임에서 그들 역시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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