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처 몰랐던 …'작가들의 작가' 카프카
카프카 자화상 그림책부터
추모문집·단편 개정판 등
올해 들어서만 10여권 출간
'변신' 초판본 무료전시까지
문학사 100년을 단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아마도 이런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카프카에서 카프카로.'
은희경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K는 대개 카프카의 이니셜 'K'이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 장편 중 하나도 제목부터 '해변의 카프카'다. 작가들의 동경심을 일러주는 대목이다.
세계 문학가들은 옌롄커를 '중국의 카프카', 사데크 헤다야트를 '이란의 카프카'란 식으로 은유한다. 형용사 '카프카에스크'(Kafkaesque·카프카스러운)는 영어사전에 등재됐을 정도다. 시인 허수경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잠 속에서 깨어나면/ 투명한 벌레 한 마리가 될 날씨'(시 '카프카 날씨1')라고 썼다. 시인 김행숙은 '카프카 씨, 나를 숨기세요, 당신의 어둠은, 충분히 넓어요'(시 '카프카 씨 들으세요')라고 남겼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 그 영원한 이름이 3일 정확히 사후 100주기를 맞았다. 만 40세 젊은 나이에 무수한 원고를 뒤로 하고 사망했던 카프카의 이름은 세계 문학사에서 끊임없이 약동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2일 문학출판계에 따르면 올해만 카프카 작품집이나 관련 서적이 10여 권 출간됐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책은 알드레아스 킬허가 엮은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이다. 소설가가 아닌 '시각예술가'로서의 카프카 그림을 모아 발간한 370쪽짜리 책이다. 카프카에게서 "원고를 불태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원고를 받았던, 그러나 그 원고를 결국 세상에 공개해 독자의 손에 쥐여줬던 막스 브로트가 보관했던 카프카의 스케치를, 킬허가 한 권으로 꿰맨 책이다.
킬허는 "유언장에서 카프카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지목해 두 가지 다 폐기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그러나 카프카는 소묘를 연습하고 소묘화 수업을 들었다. 그의 스케치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고 이 책의 서문에 썼다.
카프카의 낱장 그림, 수기(手記)로 쓴 일기, 직접 그린 자화상이 이 책에 담겼다. 특히 카프카는 기묘한 체형의 인물들을 연필과 무채색 펜으로 그렸는데 카프카의 열독자들은 그의 소설 속 누군가의 실루엣을 떠올리게 된다.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은 소전문화재단이 카프카 사후 100주기 북아트전을 기념해 출간한 책이다. 체코의 두 예술가 라데크 말리, 레나타 푸치코바가 낸 책의 번역본이다. 이 책은 카프카의 삶과 문학을 추적하는데 "본질적으로 카프카는 이 세계와 갈등을 겪었고, 세계는 여전히 그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문장이 카프카에스크를 정확히 표현해낸다. '변신' '소송' '성' 등 카프카의 대다수 작품은 한 개인과 세계의 갈등, 그리고 혼란 위에서 파생됐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청담동 소전서림에 가면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 초판본 실물을 무료 관람할 수도 있다.
나남출판이 낸 '카프카, 카프카'는 카프카에 관한 김혜순, 최승호 시인의 시('출근' '질주' 등)와 김행숙, 이기호 시인의 소설('카프카의 유령' '심사') 등을 모은 책이다.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는 이 책에서 "카프카적 세계에서는 혼돈이 찾아와도 이로써 질서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혼돈이 질서 속에 스며들고, 혼돈과 질서가 기묘한 공존 상태를 유지한다"고 적었다. 이어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아도르노의 글 '카프카 소묘'를 인용하면서 카프카 소설에 담긴 "밀폐적 원칙"을 언급한다.
카프카의 기존 책들 개정판이나 신판도 독자를 새 마음으로 만날 준비를 마쳤다. 민음사와 교보문고는 최근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를 출간했다. '실종자' '시골길의 아이들' '사기꾼의 가면 벗기기' 등 카프카 단편을 묶은 책이다. 또 문학동네는 작년 11월 '실종자'를 세계문학전집 236번으로 출간한 데 이어 이달 '변신·단식 광대'를 세계문학전집 247번으로 출간했다.
위즈덤하우스는 카프카 단편 55편을 묶은 책 '우연한 불행'을 출간했다. 작년 상반기 출간돼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한동안 올랐던 전영애 교수 번역본 '돌연한 출발'도 기억해야 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카프카의 수백 종 저서 중 한 권을 사면 에코백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알리딘을 포함해 여러 서점들은 카프카가 생전에 남겼던, 그의 가장 유명한 다음 한마디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프란츠 카프카가 1904년 1월 27일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속의 글)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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