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녀 ‘데이트 살인’ 60대 남성 구속

“도망할 염려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2일 구속됐다.

'강남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 박모(64)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16분쯤 선릉역 인근 한 오피스텔 6층에서 60대 여성 A씨와 그의 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64)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1일 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이날 오후 1시26분쯤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피해자 모녀 중 딸이) 신랑에게 전화하는 바람에 범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취재진이 “범행 당일 피해자와 어떤 대화를 했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A씨와 교제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A씨는 박씨에게 그만 만나자는 뜻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딸과 함께 박씨를 만났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범행이 일어난 30일 오후 6시52분쯤 “아내가 칼에 맞았다”는 B씨 남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모녀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모녀는 병원에 이송되자마자 사망했다.

박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택시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3시간여 동안 서울 강북과 경기 지역 일대에서 수차례 택시를 갈아타며 경찰 추적을 따돌리다가, 지난달 31일 오전 7시45분쯤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다. 박씨는 실시간으로 결제 흔적이 남는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현금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박씨는 검거 직후부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거 후 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흉기는 원래) 거기(A씨의 사무실)에 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