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감독’ 제안에 변성환 “고민할 이유 없었어... 이 팀의 수장이 된 건 내게 1%의 기적이 일어난 것” [MK인터뷰]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6.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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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새출발을 알린다.

수원은 6월 2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24시즌 K리그2 16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대결을 벌인다.

수원은 3-4-3 포메이션이다. 페잘 뮬리치가 전방에 선다. 김주찬, 툰가라가 좌·우 공격수로 나선다. 유제호, 이종성이 중원을 구성하고, 이기제, 이시영이 좌·우 윙백으로 나선다. 백동규, 조윤성, 장호익이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다. 골문은 양형모가 지킨다.

변성환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수원 삼성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전은 변성환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고 치르는 첫 경기다. 경기 전 변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준비 시간이 짧았을 듯한데.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경상남도 남해에서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하는 중이었다. 목포에서도 일이 있어 정신없던 와중에 수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거다. 첫 출근해서 선수들과 상견례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1주일 사이 남해, 목포, 서울, 수원, 부산을 다 오간 듯하다.

Q. 수원의 제안을 받고 가장 크게 고민한 건 무엇인가.

고민 안 했다. 수원은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팀이다. 내가 수원 감독을 맡을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수원 출신이 아니지 않나. 선수 시절엔 울산 HD FC, 부산 아이파크 등 현대와 인연이 깊었다. 수원에서 코치를 한 것도 아니었다. 수원 지휘봉을 잡은 건 기적이다. 내게 1%의 기적이 일어났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나.

현대 축구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지도자를 꿈꾸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오는 데 10년 걸렸다. 묵묵히 내 일에 충실히 하다 보니 수원이란 역사 있는 구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수원은 대단한 팬들을 보유한 팀 아닌가. 그런 팀의 수장으로 앉을 수 있다는 건 내 인생의 큰 축복이다.

Q. 변성환 감독 선임은 박경훈 단장의 선택 아닌가. 박 단장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서로 어떤 축구를 추구하는지 묻고 답했다. 나와 구단의 철학이 상당히 일치한다. 구단은 이름값 있는 지도자보다 팀 철학을 이어갈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선택을 받았다.

나는 도전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다만 이 자릴 통해서 하나 말하고 싶은 게 있다. 2023 U-17 월드컵은 나의 실패이지 우리 선수들의 실패는 아니다. 특히나 연령별 대표팀은 성적을 필요로 하는 팀이 아니다.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팀이다. 우리 선수들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다.

변성환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수원에선 성적이 필요하지 않나.

성인팀은 결과를 내는데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수비 조직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 그리고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를 보일 계획이다. 6월 A매치 휴식기가 아주 중요할 듯하다. 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공간을 잘 활용하는 다이내믹한 축구를 원한다.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과감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부산전을 위해 준비한 게 있나.

큰 변화를 줄 순 없었다. 다만 축구는 작은 부분에서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디테일이 중요하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느낌이 필요하다. 수원은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운동장에서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했다. 상황별, 지역별로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 프로선수들이기 때문에 금세 이해하고 이행할 것으로 본다.

Q. 부산 원정에서도 수원 팬 약 3,000명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 하면 떠오르는 게 팬이다. 수원은 늘 열정적인 서포터스가 함께한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박경훈 단장님이 내게 이런 얘길 해주셨다. 단장님은 내게 “어떤 구단을 가면 서포터스가 적을 수 있다. 50~100명일 수도 있다. 우린 수천 명에서 1만 명이 넘는 팬이 함께한다. 연패를 당하면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경질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건 어느 팀을 가나 마찬가지다. 팬이 적은 팀도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은 물러나야 한다. 감독을 꿈꾼다면 수많은 팬을 보유한 팀에서 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했다.

단장께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수많은 팬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꼭 만들어내겠다.

Q. 수원 팬들의 분노는 이번만이 아니다. 수원 팬들이 지속적으로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봤나.

조심스럽다. 솔직히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는 건 있다. 당장 이것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건 어려울 듯하다. 모든 일엔 순리라는 게 있다. 시작부터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결과를 내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커진 것 같다. 감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 아닌가. 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Q. 프로 감독은 처음이다. 긴장감은 없나.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며 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5개월의 재정비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 동안 지난날을 돌아보고 한 단계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수원 선수들과 훈련한 건 하루 남짓이지만 잘 해보겠다. 마음은 아주 편안하다.

부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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