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인프라는 한국 새 먹거리 … 반도체·배터리처럼 키울 것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4. 6.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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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맞이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대담=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AI 전력수요 늘어 송변전·배전사업 급성장
2030년 매출 10조원, 해외비중 70%대 목표
삼성·현대차·LG 美진출로 북미 사업 탄력
슈나이더·지멘스에 비견되는 기업 만들겠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전력 인프라스트럭처 사업도 국내 반도체나 배터리처럼 세계적 위상의 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습니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그동안 대한민국은 전력 인프라를 다른 사업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하고 사업적 관점에서 키우려는 전략이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황인혁 매일경제신문 산업부장(부국장)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을 지멘스·슈나이더일렉트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전력 솔루션 사업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30년엔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LS일렉트릭이 연간 매출 3조3774억원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연평균 성장률 16.8%를 목표치로 삼은 셈이다. 구 회장은 이어 "현재 50%인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곳곳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국내 경기가 안 좋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LS일렉트릭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다. 구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08년부터 한결같이 강조한 것은 글로벌 사업의 확대"라며 "지금까지 추진한 변화와 혁신이 지향하는 가치도 오로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에서 일한 지난 20년을 회고하며 "2004년 회사에 왔을 때 느꼈던 조직 문화는 '어떻게 살아남는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어떻게 성장하는가' 고민하는 문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며 "IMF 위기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생존 DNA를 '성장 DNA'로 진화시키고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북미 시장의 수주가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기업의 텃세로 진입 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건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속속 구축한 덕분이다.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의 전력 기자재 중 3분의 2는 LS일렉트릭이 수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LS일렉트릭은 미국에서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비롯해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현지 기업들로부터 수주 기회를 얻게 됐다. 이를 통해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북미 지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이 붕괴된 상황에서 납기를 경쟁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 확대의 기회를 잡았다"며 "북미 배전 시장 진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UL 제품 개발을 10여 년 전부터 준비해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 권역에서 기기부터 배전반까지 전체 제품군에 걸쳐 미국 글로벌 안전환경기관인 UL 인증을 보유한 회사는 LS일렉트릭이 유일하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 지원 거점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텍사스주에선 LS일렉트릭의 테크센터가 내년에 준공된다. 현재 시카고에는 LS일렉트릭의 북미 사업 본부가 있고, 로스앤젤레스엔 판매 거점이 있다. 구 회장은 "테크센터까지 준공되면 프로젝트 관리, 총괄, 사후관리, 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 등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며 "향후 생산 기능도 추가해 납기는 물론 즉시 고객 대응이 가능한 경쟁력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북미 전력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확산, 스마트팩토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2~3년간은 송전기기 발주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후 이어질 배전기기 시장의 호황으로 송변전은 물론 배전 분야까지 아우르는 LS일렉트릭에 기회가 집중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기업 중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1세대 회사로 꼽힌다. 1997년부터 하노이 공장을 운영해왔다. 현재 LS일렉트릭의 베트남 저압 전력기기 시장 점유율은 35% 이상으로 2013년부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부산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폭증하는 송전 인프라 사업에 대응하고 성장의 토대로 삼기 위해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핵심 사업으로 삼아 해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민영화된 미국과 영국, ESS 정책이 활성화된 일본을 공략할 예정이다.

구자균 회장

△1957년 서울 출생 △1976년 중앙고 졸업 △1982년 고려대 법학 학사 △1990년 텍사스대 대학원 경영학(기업재무) 박사 △1993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1997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2008년 LS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2015년~ LS일렉트릭 대표이사 회장 △2019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정유정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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