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과·알·세] 달 뒷면 깃발꽂는 中·탐사 단골 美… 한국은 아직도 걸음마
美, 민간기업 최초로 착륙 성공
韓, 우주청 앞세워 계획 재검토
중국 창어 6호가 2일 달 뒷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가운데 달 선점을 위한 주요국들의 탐사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우주패권 경쟁 속에서 일본, 인도 등이 달 탐사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달 영토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달 탐사가 과거 냉전시대 미소 간 체제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군사·경제적 이익과 함께 미래 새 영토 확장을 위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달 탐사 경쟁서 무섭게 치고 나가는 중국
2010년대 이후 달 탐사에 있어 중국이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등에 비해 달 탐사에 뒤늦게 참여했지만, 이른바 '우주굴기'로 불리는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에 힘입어 미국을 무서운 속도로 쫓고 있다. 최근에는 달 탐사에 있어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중국은 2007년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1호'로 달 탐사를 시작해 2013년에는 창어 3호가 달 앞면 착륙에 성공했다. 이어 창어 4호는 2019년 1월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에 인류 최초로 착륙했다. 달 앞면과 달 뒷면에 모두 착륙한 유일한 국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 창어 5호가 달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한 데 이어 창어 6호가 달 뒷면 토양과 암석 샘플을 가져오기 위해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창어 6호가 이달 25일 달 뒷면 샘플을 갖고 지구로 성공적으로 돌아오면 '인류 최초의 달 탐사 성과'라는 새로운 역사적 기록을 쓰게 된다. 미국과 달리 사람을 달에 보내지 못한 중국은 2030년까지 우주 비행사를 실은 우주선을 달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내세워 달 탐사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미국
우주개발 최선도국인 미국도 달 탐사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미국은 과거 인류 최초의 달 탐사였던 아폴로 계획을 50년 만에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다시 달에 보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로, 2022년 1단계 무인 발사 임무에 성공한 이후 유인 달 궤도 비행을 위한 2단계와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3단계 계획은 기술개발 등의 이유로 당초보다 1∼2년 더 미뤄졌다.
미국은 미 NASA의 지원을 받은 민간 기업의 달 탐사도 활발하다. 지난 1월 미국 애스트로보틱이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다가 기술적 문제로 달 착륙에 실패했지만, 2월에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노바-C)'가 달 남극에 무사히 착륙해 '민간 최초 달 탐사선 착륙' 타이틀을 얻었다.
◇일본·인도도 달 착륙 성공…한국은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계획
일본은 지난해 9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무인 소형 달 착륙선 '슬림'을 발사해 예상 착륙지점으로부터 100m 반경 이내 착륙하는 '핀 포인트 착륙'에 성공하는 등 착륙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인도 역시 지난해 8월에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했다.
이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달 탐사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이후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게 목표다. 우주 선진국들이 2020년대 중후반 달 탐사를 본격적으로 벌이는 것에 비해 한참 늦은 시점에 달에 착륙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난달 27일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2일 제1회 우주항공 리더 조찬 포럼에서 "2030년대 초에는 달의 주요 지역에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거주하게 된다"며 "한국이 2032년 무인 달 착륙선을 보내 달 탐사를 시도하는 것은 코미디와 같은 일"이라며 "우리의 강점인 첨단 ICT를 내세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의 우주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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