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황제'에 한발짝 더…모디, 3연임 총리 눈앞으로 다가왔다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송영찬 2024. 6.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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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13일 인도 바라나시에서 도로 유세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뿌리깊은 힌두교·이슬람교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인구의 대다수인 힌두교도들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여기에 8%대의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끈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정책)와 미·중 양국 사이에 치우치지 않고 몸값을 키워온 외교 전략도 한몫했다. 인도를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모디 총리 정책에 힘이 실리며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제1야당의 2배 넘는 의석 차지할 듯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지자들이 모디 총리를 연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인도 NDTV방송에 따르면 인도 12개 언론의 출구조사 결과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하는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은 지난 4월19일부터 6주간 치러진 총선에서 적게는 281석에서 많게는 401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 NDTV는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해 NDA가 365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총 543석의 연방 하원 과반(272석)을 차지한 건 물론 직전 기존 의석(342석) 보다도 많다.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이 이끄는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출구조사에서 146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에서 벗어나지 않을 경우 모디 총리는 인도 역사상 두 번째 ‘3연임 총리’에 오른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후 인도에서 3연임을 한 총리는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 뿐이었다. NDA는 총선 시작 전 여론조사에서도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최고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최악의 폭염에 총선이 연장되고 투표율이 낮아지며 당내에서도 비관론이 나왔다. 야당 INDIA는 “출구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전 두 총선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큰 틀에서 틀린 적은 없었다. 

'힌두 민족주의' 강화 계속되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13일 인도 바라나시 유세가 끝난 뒤 인근 힌두교 사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드라이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그는 재임 기간 무슬림(이슬람교도)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했고, 무슬림 난민을 인도에서 추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최근엔 무슬림 남성과 힌두교도 여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까지 추진하고 있다. BJP는 지난해부터 인도의 공식 국명을 ‘바라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라트는 힌두교 서사시인 마하바라타의 주인공인 바라타 왕이 다스리는 땅이란 뜻이다.

총선을 앞두고 모디 총리의 무슬림 배척 행보는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힌두교가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해서다. 그는 최근 인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신(神)의 특별한 목적을 위해 세상에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엔 아요디아의 힌두교 사원 개관식을 주재하는 것으로 사실상 총선 출정식을 열었다. 이 사원은 원래 16세기 중반 건설된 모스크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1992년 2000여명이 사망하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최악의 유혈 충돌 당시 힌두교도들에 의해 모스크가 파괴됐고, 모디 총리는 2019년부터 이곳에 150억 루피(약 2400억원)를 투입해 힌두교 사원을 건설했다. 

 GDP 성장률 8%...日 바짝 추격  

높은 경제성장률도 모디 총리 장기 집권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한 뒤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완전한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며 ‘빅시트 바라트 2047’ 정책을 추진해왔다. 집권 후 10년 간 총연장 5만4000㎞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메이드 인 인디아’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제조업을 집중 육성했다. 지난해 5월엔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총 100억달러(약 13조850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하기도 했다.

‘모디노믹스’의 결과는 가파른 경제성장률로 나타났다. 지난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2%로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제규모는 지난해 영국을 추월해 세계 5위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 경제 규모가 내년엔 일본, 2027년엔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모디 총리 집권 후 인도의 1인당 GDP 성장률은 연평균 4%가 넘는다. 

막강한 경제력은 외교 무대에서의 자신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자립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I2U2(미국·아랍에미리트·인도·이스라엘의 국제 협의체)와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 모두 몸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엔 서방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사들이는가 하면 러시아와 군사 협력도 강화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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