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거인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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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은 떠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무(無) 속에서 여전히 약동하고 있다.
길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내부에 있다는 진실 그 한마디를 거인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갔다.
그이 덕분에 우리는 가난한 사랑노래를 읊었고, 갈대처럼 조용히 우는 우리 자신의 표정을 보았으며, 낙타와 길동무하는 밤길을 슬프기만 하다 불평하지 않았다.
자, 철없이 킬킬대지만 말고 거인의 목소리를 다시 읽으며 '신명 나게' 징을 울려야 할 시간이 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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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중략)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길이 들여다보게 하는 것은 모른다
- 신경림 '길' 일부
거인은 떠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무(無) 속에서 여전히 약동하고 있다. 길은 밖에 있지 않고 우리 내부에 있다는 진실 그 한마디를 거인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갔다. 그이 덕분에 우리는 가난한 사랑노래를 읊었고, 갈대처럼 조용히 우는 우리 자신의 표정을 보았으며, 낙타와 길동무하는 밤길을 슬프기만 하다 불평하지 않았다. 자, 철없이 킬킬대지만 말고 거인의 목소리를 다시 읽으며 '신명 나게' 징을 울려야 할 시간이 드디어 왔다. 막을 내린 거인의 목소리 아래 고개를 숙인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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