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와 폐허, 학살뿐”···자발리야 돌아간 피란민들, ‘망연자실’

조문희 기자 2024. 6. 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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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철수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의 파괴된 거리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야로 돌아온 팔레스타인 피란민 모하마드 아와이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군(IDF)이 같은 날 이 지역에서 철수한 직후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11일부터 3주간 이 지역을 폭격해 하마스 전투원 수백명을 사살하고 이스라엘 인질의 시신 7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이어졌던 만큼 마을이 폐허 상태일 거라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직접 눈으로 본 마을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었다. 거리에선 구조대원들이 다친 사람과 사망자를 나르는 중이었는데, 파괴된 집과 상점의 잔해물이 도로를 막아 차를 이용할 수가 없어 들것을 써야 했다. 일부 시신은 부서진 건물 아래 깔린 채 이미 부패가 시작됐다. 가자지구의 언론인 호삼 쉬바트는 “우리가 본 것은 파괴와 잔해, 폐허, 더 많은 학살뿐이었다”고 말했다.

역시 이 지역 주민이었던 모하메드 알 나자르는 “모든 집이 잔해로 변했다”며 “자발리야의 파괴상에 충격받았다”고 1일(현지시간)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AFP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지역 내 본인의 집이 있던 거리를 떠돌며 남은 물건을 모아보려고 무던히 애썼다. 하지만 집이 있던 자리에 있는 건 회색 콘크리트 슬래브, 불에 탄 가구, 침대, 망가진 철문 같은 것뿐이었다. 나자르는 “이 거대한 파괴 속에서 (내) 집이 정확히 어디 있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팔레스타인인 수아드 아부 살라는 “자발리야는 지도에서 지워졌다”고 말했다.

자발리야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집과 땅을 잃고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모이며 형성된 대규모 난민촌으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전쟁 기간 수차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았다. UPI에 따르면 자발리야 시민군 대변인 마흐무드 바살은 지난 3주간 이스라엘군과 하마스의 전투로 1000채 이상의 집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개시된 지난해 10월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주택 8만채가 부서졌다고 추정했다. UNDP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비용은 최대 55조원이며, 파괴된 주택을 모두 복구하기까지는 약 8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3만60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점령기가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면서도 “잔해 무더기 한가운데라도 텐트와 임시 대피소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AFP에 말했다. “우리는 우리 땅에 머물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곳이 없습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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