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군만두는 서비스

2024. 6. 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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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필자는 작고한 이어령 선생님의 새 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달려가 사서 읽었다.

중국집에서 요리를 많이 시키면 군만두를 덤으로 주는데 많은 사람이 이걸 '서비스 군만두'라고 부른다.

물은 영어로 셀프(self)이고, 군만두는 영어로 서비스(service)라는 농담도 있지만 정작 영어 'service'에 공짜라는 뜻은 없다.

1980년대 중반 서점에서 책은 3000원대였는데 지금은 대체로 3만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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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필자는 작고한 이어령 선생님의 새 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달려가 사서 읽었다. 선생님은 책에서 남다른 문화적 통찰력을 보여주셨기에 또 어떤 맛깔난 말씀을 해주실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기억나지 않는 제목이지만 선생님은 어느 책에서 서양에는 '팁의 문화'가 있고 우리는 '덤의 문화'가 있다고 했다.

덤은 예컨대 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면 식당 주인이 고맙다고 무언가를 더 주는 것이다. 팁은 반대로 밥을 사먹은 고객이 감사한 맘으로 더 내는 돈이다. 참으로 대조되는 문화다.

중국집에서 요리를 많이 시키면 군만두를 덤으로 주는데 많은 사람이 이걸 '서비스 군만두'라고 부른다. 여기서 서비스는 공짜라는 뜻이다.

물은 영어로 셀프(self)이고, 군만두는 영어로 서비스(service)라는 농담도 있지만 정작 영어 'service'에 공짜라는 뜻은 없다. 호텔 룸서비스를 이용하면 식당에 직접 가서 사먹는 것보다 일반적으로 비싸다. 식당 서빙(serving)보다 객실 서빙의 품이 더 들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그 자체로 일종의 상품이며 프리미엄 서비스는 일반 서비스보다 비싸다.

서비스업은 물건이 아닌 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그 비용에 해당하는 서비스료를 받아 소득을 올리는 직업이다. 3차 산업을 1차·2차 산업과 구분하는 것이 바로 이 서비스업이다.

서비스업의 일종인 변리사가 고객을 위해 특허출원 업무 대가로 받는 수수료를 특허출원 수임료라고 한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다. 그런데 변리사의 특허출원 수임료는 수십 년째 그대로다. 1980년대 중반 서점에서 책은 3000원대였는데 지금은 대체로 3만원대다. 700원 정도이던 중국집 짜장면은 지금 7000원을 웃돈다. 한 건당 변리사 수임료는 평균 150만원 수준으로 그대로이니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실제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특허출원 수임료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른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 같은 선두 제약회사들은 심지어 특허 하나를 만드는 데 우리 돈 수십억 원을 투자한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작은 국가들의 특허출원 수임료도 수백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다. 비지떡을 먹어본 적 없고 맛도 모르지만 맛없고 영양가 낮은 떡일 게 틀림없다. 식당에서 아무리 "2인분 같은 1인분 주세요"라고 해도 1인분만 나올 뿐 2인분 같은 1인분은 나오지 않는다.

150만원을 들여 만든 특허로 몇천만 원, 몇억 원 들여 만든 특허와 경쟁이 될 리가 없다. 낮은 특허 수임료와 좋은 특허는 양립 불가다. 가치 없는 특허를 아무리 많이 가져도 제대로 된 특허 하나 가진 것만 못하다. 기업 경쟁력은 기술 경쟁력이 결정하고, 기술 경쟁력은 특허 경쟁력이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좋은 특허로 보호되지 못하면 기업의 기술 경쟁력 상실은 시간문제다.

특허출원 수임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변리사도 기업도 공멸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넷플릭스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에서 어느 노배우의 외침처럼 "이러다 다 죽어"라는 한탄이 들린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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