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통화정책 ‘각자도생’의 시대
각국의 통화정책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 경기가 차갑게 식은 유럽은 6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커진 반면 미국은 물가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에 나서며 인하 시점이 밀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를 언급하곤 있지만 고물가·고환율 부담이 커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물가 상승 둔화 확인한 유럽, 금리 인하 시사
2022년 7월을 시작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온 유럽이 미국에 앞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6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동결한 기준금리(4.5%)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비롯한 ECB 인사들이 잇따라 ‘인플레 둔화 확신이 강화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며 6월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유럽이 완화적 통화정책 카드를 만지는 것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며 ‘디스인플레이션’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7%에 달했던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년여 만에 2.6%(5월)까지 떨어졌다. 유로존은 에너지를 비롯한 공급측면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아왔는데,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며 공급 충격이 해소된데다 임금상승률도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경기 침체를 우려한 유럽이 선제적으로 인하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3·4분기 유럽의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은 -0.1%까지 떨어졌다. 1분기에는 0.3%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고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고금리에 따른 타격이 크다. 통화정책이 소비 심리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건설업 및 부동산업 비중이 15%에 달하고,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를 웃돈다”며 “금리 인하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면서 억눌렸던 가계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끈적한’ 물가에 계속 미뤄지는 미국 피벗
반면 미국은 경기가 여전히 확장국면을 보이는데다, 물가 둔화 추이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미궁속에 빠진 모양새다. 유럽의 물가상승률이 단숨에 2%대까지 내려간 반면 미국은 서비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4%(4월)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올라 석 달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가 둔화한다는 확신이 부족해지면서 7월은 물론 9월 금리 인하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연준과 ‘탈동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각국의 통화정책 각자도생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연준에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달러당 원화가 1380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의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 확대로 유로화 가치가 절하돼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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