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해 불붙고, 차유리 박살... 5kg ‘北 오물 풍선’ 잇단 피해
”피해 보상 규정 따로 없어”
북한이 1·2차에 걸쳐 날려보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오물 풍선’에서 화학물질 등은 나오지 않았으나 자동차 유리를 파손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특히 주택가나 시장 등 주민 왕래가 많은 곳에서도 무게 5kg을 넘는 적재물이 터지지 않은 채 발견되면서 불안을 더하고 있다.
2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에 오물 풍선 2개가 떨어졌다. 이 가운데 1개가 트럭 앞바퀴 근처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바람에 타이어와 차량 운전석 외부가 불에 타 그을음이 생겼다. 이 때문에 풍선이나 적재물에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있는 화약 등 인화 물질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풍선 안에 있던 타이머가 불에 타며 트럭 바퀴를 그을린 것으로 불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10시 22분쯤에는 안산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도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풍선은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에 떨어져 앞유리창이 박살났다. 당시 승용차에는 아무도 탑승해 있지 않았고 주변에 행인도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터지지 않은 봉지 안에는 플라스틱병을 비롯한 쓰레기와 흙 등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양천구 신정2동에서도 이날 새벽 5시40분쯤 도로에 주차해 있던 쏘렌토 차량 위로 풍선이 떨어지면서 조수석 유리가 깨졌다. 풍선에 매달려 있던 전단과 오물 등을 담은 비닐 봉지가 터지지 않고 그대로 낙하하면서 피해가 컸다. 비닐 봉지의 무게는 약 5kg으로 추정됐다.
또 이날 오전 안양시 만안구의 한 시장 골목에도 오물 풍선 추정 물체가 떨어져 안에 있던 내용물이 거리를 뒤덮었다. 다행히 휴일이어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바람에 행인들이 많지 않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화진해수욕장 인근 모래밭에서 오물 풍선 추정 물체가 발견됐다. 피서철을 앞두고 인파가 모이는 해수욕장 등에 오물 풍선이 떨어질 경우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제기됐다. 오물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담겨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같은 피해에 보상이 가능한지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2016년 2월 수원시의 연립주택 옥상에 북한의 대남 전단 뭉치가 떨어져 물탱크와 유리 등이 파손되고, 1월에는 고양시의 차량 지붕이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보상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보험회사 등이 혼선을 빚었다.
당시 북한의 대남 전단 뭉치가 떨어져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는 근거를 마련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입법예고 단계에서 중단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보상 규정은 없다”며 “파손된 승용차의 차주가 가입한 보험회사 측도 보상이 가능한 상황인지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인 1일 오후 8시부터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강원·충북·경북을 포함해 전국에서 현재까지 약 600개가 식별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오물 풍선 발견 시 접촉하지 마시고 군부대(1338)나 경찰에 신고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를 송출했다.
한편 경기도는 북한 ‘오물 풍선’ 살포와 관련, 도민 안전 보호 강화 조치로 2일부터 ‘경기도 비상 대비 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1일 밤부터 현재까지 도내 전역에서 600여개가 넘는 풍선이 식별돼 군, 경찰, 소방 등 관계 당국이 공조해 수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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